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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일기_손해가 모여 이루는 것이 이익

2024.12.29. 일

by 감우

오늘로써 확실해졌다. 8월부터 플로팅의 매출은 착실한 상향 곡선을 그리게 되었는데, 이번 달에도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이틀을 예정대로 운영했다면 무조건 지난달보다는 높은 매출을 기록했을 것이다. '나름' 대목을 놓친 것치고는 매우 미비한 격차가 벌어져 오히려 놀랍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상승 가도로 한 해를 마무리하려면 12월 마지막 날의 기적을 기대해야 할 듯싶다.


인생에서 결혼이란 매우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전후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나는 워낙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데다, 대부분의 것들이 안 맞는 남편과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없는 것이 꼭 맞아서, 삶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는데, 적정기에 짝을 찾아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결혼 후 꽤나 어른이 된 것 같다. 친구들의 삶이 점차로 안정되어 가는 과정을 보며 문득 불안해질 때가 있다. 결혼 후 남편과 힘을 모아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아이도 갖는 친구들과 달리, 나는 여전히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나의 전재산이자 자식과도 같은 플로팅을 가졌지만 돈은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것이 어쩌면, 우리 부부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안정의 단계로 가기 위해 위험의 감수가 필수적이라는 게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오늘 문득, 특별한 계기도 없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가진 거나 잘 지키며 살자 주의고, 남편은 무사안일주의의 전형으로 모든 변화를 꺼리는 편인데, 이 둘이 만났으니 겨우겨우 현상 유지만 하며 사는 것도 용한 수준이긴 하다. 그랬던 내가 플로팅을 운영하며 성향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다. 어제도 말했듯, 리스크 없는 보상은 없다는 사실을 매일 체감하는 탓일 테다.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 부부의 삶은, 결혼 전후가 아니라 플로팅 전후로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히, 안정된 삶을 위해서는 월급쟁이의 삶이 가장 좋은 사례일 수 있다. 통제 가능한 사이클 안에서 나름의 계획을 착실하게 꾸려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아무튼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는 아끼는 것보다 더 버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 더 법시다!


ps: 어제 에밀리 디킨슨의 서간문을 읽다 삶의 지혜와도 같은 문장을 발견하여 공유합니다.

최고의 이익은- 손해라는 시험을 견뎌야 하네-
손해가 모여 이루는 것이- 이익-
세일-피드.jpg 12월 마지막 날의 기적을 위해 이런 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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