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2025.03.02. 일
딱히 한 것도 없이 분주하고 정신없었던 생일 이벤트가 끝이 났다. 생일이라고 손님이 더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지만,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생일이라고 손님이 더 많았던 주말이었다. 미리 계획을 하고 오셨다기보다는, 생일 칠판을 꺼내 두었더니 그냥 지나치셨을 분들도 들어와 주셨던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오늘 2월 매출을 정리하며, 한 가지 새로운 결정을 하게 되었다. 플로팅은 그릇류를 더 이상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판매율이 낮기도 하고, 플로팅 주변에 예쁜 그릇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은 것도 있지만, 플로팅의 고객층이 좀 더 선명해지고 있음을 요즘 부쩍 체감하는 탓이 크다. 처음부터 플로팅의 주제는 명확했다. "읽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주제가 흔들려 본 적은 없으나 그 안에서 내가 계속 흔들렸다는 사실을 새삼 고백해 본다. 하지만 끊임없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 얼렁뚱땅 1년이 지나갔고, 어느새 이곳은 읽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가게 된 것 같다. 문장으로 써 두니 더욱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제는 플로팅이 중심을 잡고 기대에 부응할 차례다. 플로팅의 손님들이 플로팅에 기대하는 것들을 하나라도 더 채워 넣으려면 그릇에게 허락할 자리가 이제는 없다는 결론이다.
더불어 플로팅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공간을 지금까지는 '집 안'으로 잡고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자기만의 방'으로 좁혀 보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 말고, 오직 나만을 위한 사적인 공간에 채워 넣고 싶은 물건들을 좀 더 깊이 탐구해 보기로 한다. 물론 그 안에 그릇이 포함되지 말라는 법도 없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혼자 자취를 하는 게 아닌 이상 내 컵은 있어도 내 그릇은 없기 마련이니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오늘은 오랜만에 내 쪽에서 거래 제안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북밴드, 북커버, 독서링 등 독서 용품을 찾는 분들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내가 평소 애정하던 독서 용품 브랜드와 컨택을 해 보기로 했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해 보며, 어떤 브랜드인지는 거래 확정이 되면 알려드릴게요!
오늘 주변 사장님들과 챗GPT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이 녀석이 자꾸 플로팅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Floating 혹은 Plotting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사실..! 이런 식의 소소한 오류를 바로잡는 방법은 플로팅이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될 수 있을 만큼 유명해지면 된단다.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 플로팅 이름에 대한 릴스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2년 차의 새로운 목표는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 만들기. 일테면 내가 왜 회사를 다니다 서점원이 되었는지, 또 어떻게 갑자기 서점을 다니다 플로팅을 차리게 된 것인지, 왜 서점을 하려다 플로팅을 하게 된 것인지 등 플로팅 탄생 비하인드를 이야기로 풀어내 보고 싶다. 모든 분들이 나의 브런치를 찬찬히 정독하신다면 다 알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그럴 분이 어디 있겠나요. 제가 챗GPT처럼 쌈박하게 요약해서 알려드려야지요!
처음 이 공간을 계약했을 때, 플로팅이 첫 문을 열었을 때, 플로팅에서 첫 결제가 이루어졌을 때, 첫 단골이 생겼을 때, 플로팅에서 맞이한 모든 처음의 순간에 나는 꿈을 이룬 기분이 들었다. 오늘 방명록을 뒤적거리다 "내가 좋아하는 플로팅에 왔다."라는 문장을 우연히 발견하고 나는 또 생각했다. 나는 또! 나도 모르는 사이 꿈을 이루었구나! 플로팅이 누군가의 좋아하는 가게가 된다는 것은, 내가 그런 가게의 사장이 된다는 것은, 작년 이맘때의 나에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러나 그만큼 더욱 간절히 바라게 되는 꿈 그 자체였으니까.
여전히 흑자 전환의 꿈은 요원하고, 여전히 온라인 안정화의 꿈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 나는 매일 새로운 꿈을 이루며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로 하자. 내가 이루지 못한 것에 좌절하기보다 내가 이룬 것들을 돌아보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그리고 현재의 꿈도 언젠가는 지금처럼 이루어질 거라고 굳게 믿기.
이참에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과거의 내가 갈망하던 수많은 꿈들 중에 이루어진 것들이 얼마나 있는지. 아마 생각보다 엄-청 많을 거예요! 분명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