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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와 함께한 화요일을 마무리하며

2025.03.04. 화

by 감우

눈보라를 헤치고 출근한 화요일, '손님 한 명도 없는 거 아니야' 걱정했지만, 무려 아홉 분이나 플로팅을 방문해 주셨고, 단 한분도 빠짐없이 구매하셔서 플로팅 최초 구매 전환율 100%를 달성했고, 매출도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마무리. 참, 사람 일 모르는 거라니까요.


오늘은 디자인필(미도리, 트래블러스 노트 등을 제작하는 회사) 제품들을 거래하기 위해 이런저런 메일을 주고받았고, 새로운 조명이 왔고, 2월 베스트셀러 Top7 피드를 올렸고, B미디어 컴퍼니 매거진들 발주를 넣었고, 화장실 청소를 했고, 걸래를 빨았고, 일기를 쓰는 중. 사실 오늘같이 조용한 날에는 좀 더 실질적인 업무들을 처리해도 좋았겠지만, 어제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데이트를 위해 성수동 나들이를 다녀왔더니 단 하루도 쉬지 않은 것처럼 온몸이 피곤에 쩔어버렸다. 오늘이 휴무인 옆집 사장님이 시장조사를 가신다는 소식을 이야기해 주며 "하루를 헛되이 보낼 수는 없어서요."라는 말을 하셨는데, 그 순간 깨달아버렸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바로 헛된 하루였다는 사실을. 헛된 하루, 생산성이라고는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 무용한 하루가 격하게 그리운 오늘이다.


사실 오늘은 놀멍쉬멍 책이나 읽다 퇴근할 심산으로 출근을 했는데 정작 책은 한 줄도 읽지 못하고 이래저래 하루가 다 가버렸다. 나의 오늘도 그다지 안 헛된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아참, 오랜만에 성수동에 갔는데 당분간 성수동은 다시 가지 않을 것 같다. 성수동이 핫플에서 팝업플로 바뀌고 나서는 처음 가 보는 것이었는데, 일단 대부분의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곳곳이 공사판인 데다가, 솔직히 이제는 새롭다는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신혼 초, 내가 강변에 살던 시절, 남편과 나는 종종 성수동에 놀러 가곤 했는데, 그때는 정말 깊은 구석에 재미난 상점들이 숨어있어 찾는 것조차도 애를 먹었더랬다. 그때도 이미 '요즘 성수가 뜬다잖아.' 하는 소리가 왕왕 나오고 있었는데 그게 이미 9년 전이니 핫플로의 생명력을 잃어갈 때가 되기도 되었다 싶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로 돌아가는 시간은 무척이나 귀하고 소중하다. 내가 어느 포인트에 만족하고 어느 포인트에 실망감을 느끼는지 가만히 톺아보는 일은 마케팅 책 열 권을 읽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방문한 성수동은 '핫플'이라는 말의 위험성을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플로팅이 핫플을 지향하지 않고도 성장해 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또한 플로팅이 위치한 연남 상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누구를 만족시키고 누구를 버려야 할까. 모든 일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다.

오늘 들어온 새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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