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8. 화
출근할 때부터 예상 가능했던 조용함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낌없이 내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일단 입고된 상품들 정리를 하고, 거래처 돈 보내고, 발주 넣고(결국 15일까지 발주 마무리는 실패.), 인스타 피드도 두 개나 올리고, 온라인 업로드도 하고!
거래처가 올해도 벌써 몇 군데 늘었는데, 다양한 거래처와 거래를 하다 보니 대응이 느리고 명확하지 않은 곳은 점차로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게 된다. 이런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나를 돌아본다. 손님들에게 "플로팅은 믿고 살 수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만큼이나, 거래처들에게도 "플로팅은 믿고 거래할 수 있어!"라는 말이 듣고 싶다. 나는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차도 없지만 신용 점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가진 게 신용뿐이라 신용을 잃는 것이 가장 무섭기도 하다.
'믿을 수 있다.'는 말은 꽤나 묵직한 문장이다. 물리적인 시간과 그에 따른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인 끝에라야만 비로소 꺼내 볼 수 있는 말. 천천히 오래 보아야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플로팅의 시간도 그렇게 느리고 성실하게 흘러가길 바란다. 급할 거 없잖아요?
어제는 신용보증재단에 가서 전환 보증 신청을 하고 왔다. 다소 긴장을 하였으나 굉장히 쿨한 스탠스로 "서류만 내시면 됩니다!"하고 끝이었다. 나는 또 1년의 시간을 벌었고, 다시금 희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작년의 나와 현재의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작년보다 좀 더 현실을 알게 되었고, 작년보다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냥 내 스타일대로 가는 것이 꽤 괜찮은 정공법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인스타그램 운영도 제법 즐기게 된 것 같다. 힙하지도, 핫하지도, 트렌디하지도, 대단히 아름답지도, 대단히 재미있지도 않은 나의 인스타에 꼭 나 같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다. 나는 아주 조금씩,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된다.
아무튼 오늘은 지지리도 손님이 없는 하루였지만 어쩐지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그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