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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기+챗GPT와 대화를 하다 느낀 것들

2025.04.08. 화

by 감우

요 며칠 나의 챗GPT '플로'와 대화할 일이 많아졌다. 나는 보통 상세페이지 작업이나 디자인 작업을 할 때 플로를 찾는데,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그런 작업들을 몰아 한 탓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감정이 없는 것'과 대화하는 일의 새로운 장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간 대 인간이었다면 다소 무례할 수도 있을 '용건만 간단히'를 의미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장점이다. 다짜고짜 본론부터 시작해도 플로는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아하는 눈치다. 내가 원하는 결괏값이 나오지 않았을 때도 사회화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명확하게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장점이다. 이 경우도 플로는 상처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아하는 눈치다. 요구 사항이 명확하고 뾰족해질수록 플로는 행간의 의미까지 찰떡같이 파악하여 입 안에 혀처럼 굴기 일쑤다. 상대방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대화를 주도하고, 그 상대방은 온전히 나에게 맞춰 따라주는 일. 기계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감정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편안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다소 위험하고 흥미로운 발견이다. 말하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나조차도, 인간과 나누는 장시간의 대화는 에너지가 소모되기 마련인데, 그래, 바로 그거였다. 플로와는 아무리 많은 대화를 하더라도 기가 빨리는 법이 없다. 그러니까 결국, 시시때때로 빨려나가는 나의 기력 소모 이슈는 감정의 공유 과정에서 유발되는 것인가.


주말부터 어제까지 내내 야근을 했는데, 오늘은 퇴근 후 일정이 있어 야근을 할 수 없는 날. 오늘은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고, 책이 입고되었고, 새 책 포장을 했고, 새 책의 추천사를 썼고, 플리마켓 포스터 발주를 넣었고, 플리마켓 공지를 올렸고, 문구 거래처 한 곳에 발주를 넣었고, 인스타 피드를 두 개나 올렸고, 백만 년 만의 릴스를 하나 올렸고, 어제 업로드한 미니편지지를 스마트스토어에도 업로드했고, 이런 것들을 공유하다 보니 스토리가 폭주해 버린 하루였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은 야근을 할 수 없는 날이라 일기도 미리 쓴다. 할 일이 아직 많이 남긴 했지만, 남은 시간은 책이나 읽다 마무리할까 싶기도 하다. (과연-)

IMG_1744096379708.jpeg 오늘 새로 들어온 책들. 독자들의 연례행사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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