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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후의 세상, 플로팅 이후의 세상

2025.05.11. 일

by 감우

이틀 내리 비가 내리다 나름 맑은 날을 보여 주었던 일요일! 오늘의 방문 손님은 어제의 두 배, 매출은 어제의 세 배를 육박하게 되었다. 출근하는 나를 배웅해 주던 남편이 "오늘 돈 많이 벌어서 돌아오세요." 했는데, 그 약속을 조금쯤은 지켰다고 봐도 되려나? 아직 11일밖에 안 되긴 했지만 아무튼 오늘은 이번 달 최고 매출을 갱신한 날인데, 생각해 보면 지난달 최고 매출도 일요일에서 나왔으므로, 이쯤 되면 일요일의 저주에서는 풀려났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 기쁜 반전에 취하다 문득, 4년 전 이곳에 썼던 브런치북 [퇴사 이후의 세상]을 떠올렸다. 퇴사 이후의 세상 마지막 글의 제목은 "사람들은 나를 보며 퇴사를 망설이겠지"였다. 당시의 나는 무직과 무급이라는 불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고, 강도 높은 불안을 견디기 힘들어 쓰기 시작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장하여 성공을 이루어낸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나는 여전히 고난 속이라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가 보고 싶다고 말하며 퇴사 이후의 세상을 끝마쳤다.


나는 여전히 성공을 이루지 못했으니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려면 한참이다. 그러나 이제 이 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퇴사해도 죽지 않았다고. 죽기는커녕 더 잘 살고 있다고. 그러니까 나를 보며 용기 내도 좋다고. 모든 변화는 두렵지만, 변화 이후에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 이것은 인간은 누구나 언젠간 죽는다는 말만큼이나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진실이라 보아도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나는 그만큼이나 특별할 게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진창에서 구르던 그 시절을 기록해 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과거의 나를 보며 현재의 내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기록의 가장 큰 순기능이다. 플로팅의 첫 1년 회고를 얼른 시작해야겠다. 지금의 나와 내년의 나는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새삼 기대되는 밤. 끝!

ps: 겨울잠을 자던 스테파니가 깨어나더니 아침과 저녁이 다를 만큼 빠른 속도로 새로운 싹을 틔워내고 있다. 나 스스로에게만 떳떳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순간에서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위로 크지 않을 때는 뿌리가 자라고 있는 거예요." 근처 식물집 사장님이 해 주셨던 말. 정체기를 견디는 힘이 어쩌면 성장보다도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일지도. 그러니까 아무튼, 우리 모두 겁내지 말고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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