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6. 월
아마도 장마가 시작된 듯한 월요일. 날씨와 요일을 감안하면 손님이 생각보다는 많았다고 해야 할까? 한국인 손님보다는 외국인 손님이 많았고, 매출은 별로.
플로팅을 오픈하고 지금까지, 나의 운영 모토는 단 하나였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꾸준함'은 그다지 자신 있는 영역이 아니었는데, 플로팅은 그래도 제법 꾸준하게 다짐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1년 6개월이 흘렀다. 인스타라면 머리부터 부여잡고 보던 나는 어느새 인스타 잘한다는 소리를 왕왕 듣는다. 내 답변은 늘 동일하다. "저는 양치기가 전략이에요. 잘하는 법 모르고요, 그냥 하는 거예요."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갈수록, 연차가 1년씩 쌓여갈수록, 어째서인지 세상은 점점 더 모르겠는 것투성이다. 올해 들어 종종 이런 말을 했다. "그냥 하는 건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잘해야 될 텐데요." 한편으로는 1년 6개월 따리가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느냐 싶지만, 그냥 하는 정도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싶어 조바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년의 나는 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전혀 하지 않았다. 빚만 더 안 지면 오케이. 월세라도 벌면 땡큐. 내일도 플로팅 문을 열 수 있다면 만사형통.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의 나에게 가장 큰 과제는 같은 물건을 어떻게 하면 플로팅에서 사게 할까였다. 1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 그 문제를 오프라인에서 해결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플로팅의 고객을 온라인으로까지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 아랫집 사장님이 이런 말을 했다. "사장님도 릴스 올려요. 옆집 사장님 릴스 올리고 주문 엄청 들어왔대요." 아니다, 그건 답이 아니다. 내가 릴스를 올려도 수십 개는 더 올렸으니까. "옆집 사장님은 자기가 만든 걸 팔아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아니다, 그것도 답이 아니다. 플로팅의 상품이 내가 만든 상품이 아니어서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프라인 손님들의 반응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상품을 많이 올리지 못해서." 아니다, 이것도 답이 아니다. 저 핑계를 대며 자위하던 사이, 어느새 거의 100개가량의 상품이 업로드되었으니까.
당장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들만도 수십 개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내려가다 보니 이것이 나 자신의 한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플로팅의 타깃 고객 화살표의 가장 끝에 가리키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모든 물건을 나에게 판다고 생각하며 세팅한다. 나를 겨냥해서 셀링 포인트를 잡고, 나를 타깃으로 마케팅 방향성을 잡는다. 그러니까 매장으로 오게 하는 것은 어쩌면 쉬웠다. 오프라인에서 어떤 포인트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소비하는 내가 잘 아는 영역이니까.
물론 내가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재구매가 아닌 이상에는 구매를 망설이는 빈도가 오프라인에 비해 극단적으로 높다. 나는 사고 싶은 걸 당장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유형의 인간은 아니라서 어떤 상품에 관심이 생기면 그걸 오프라인에서 직접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잘한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직접 보는 것과 유사한 정보를 상세페이지에 모두 담으려고 노력한다. 상세페이지 작업이 오래 걸리는 이유다. 며칠 전 옆집 사장님이 말했다. "큰 회사들도 상세페이지 그렇게 상세하게 안 만들어두는 곳 많더라고요. 사장님도 너무 부담 가지지 마세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긴 한데, 그럼 저는 안 살 것 같아서요."
이때 했던 나의 대답이 한 번씩 다시 생각난다. 내가 조금 편협한 인간인가 싶기도 하다. 32년의 경험상 나는 그다지 보편적인 인간 유형은 아닌 것 같은데, 타깃을 나라는 인간에게 맞추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나는 늘 진실을 추구하나, 때때로 진실은 미련함과 맞닿아 있다. 소비의 9할을 온라인에서 하는 남편을 인재로 영입해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하고 있는 요즘. 또다시 흔들리는 시기가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성장통일 수도 있다. 이렇게 한 번씩 몸살을 앓고 난 뒤엔 반드시 무언가를 길어 올렸으니까.
또다시 답을 구할 시간이다. 정말 오프라인만 '제대로'하는 게 답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