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9. 토
어제 외박 후 을지로에서 직출한 토요일. 오전에는 집 가서 자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더니 적응이 된 것인지 저녁 무렵이 되어서는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졌다. 오늘 남편에게 오픈을 부탁했으나 캐나다에서 온 친구가 시차에 맞춰 아기를 재우러 가야 된다고 해서 열두 시 전에 도착. 그래서 얼떨결에 하루 종일 남편과 붙어 있게 되었다. 오늘은 뭔가 열정을 발휘할 에너지도 없던 터라 남편과 지난 사진들을 들춰보며 시간여행을 하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정지된 시간의 조각들을 살피다 문득, 이 사람과 정말 많은 터널을 함께 헤쳐 나왔구나 생각했다. "이제 정말 너랑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아." 십여 년만에 처음으로 내뱉어 본 말.
어떤 날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우리가 있다. 어떤 날은 미소 짓는 입보다 정지되어 공허한 눈빛에 마음이 쓰이는 사진도 있다. 어떤 날은 무너진 나를 일으키기 위해 애쓰는 그가 보이고, 어떤 날은 무너진 그를 일으키기 위해 애쓰는 내가 보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지탱하며 여러 터널을 함께 통과했다. 저기에 있는 앳된 얼굴은 사라졌지만 조금은 편안해진 우리가 여기에 있다. 정지된 시간의 조각 너머를 공유하는, 세상에서 단둘인 우리. 네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같은 상상을 해 보았을 때 너도 나처럼 아찔해질까? 처음에는 낄낄대고 웃기 바쁘다 점차로 조용해진다. 아 저 때 참 좋았는데, 아 저 때 참 힘들었는데, 우리 참 많이 애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순간들이 참 많았구나. 같은 말을 돌림노래처럼 읊조리며 한참을 보고 또 보았다.
플로팅을 시작하고 남편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었다.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내는 중에는 그다지 실감 나지 않던 공허가 새삼 체감되었다. 남편은 내 옆에 앉아 같은 화면을 보고 있는데, 나는 어쩐지 남편이 그리워졌다. 플로팅을 시작하고 우리가 함께하는 장면의 기록도 눈에 띄게 사라졌다. 시간을 공유할 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너무 오랜 세월 나의 옆에 네가 있고 너의 옆에 내가 있는 게 당연해져서 노력하는 법을 잊은 것은 아닐지. 배움은 끝이 없고 노력은 영원해야 한다. 역시 삶은 고행인 건가.
나도 지치긴 지친 것인지, 요즘은 쉬고 싶은 생각만 든다. 영원히 쉬고 싶은 것은 아니고 그냥 잠깐만 쉬고 싶다. 그조차도 너무 어려워 지친다. 헤쳐나가지 않아도 헤쳐지는 때가 어서 빨리 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