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5. 화
여러모로 7월보다는 나은 시작을 보이고 있는 8월. 날이 조금 선선해진 듯하고, 지속되는 더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기도 했을 테다. 그리고 나 또한 방문 고객 감소 현상에 적응이 되었다. '손님이 한 명도 없어봐라, 그런다고 내가 우나!' 하는 나름 독기 어린 마음으로 시작했던 8월이었다. 최악을 생각하며 의지를 다지는 행위는 나의 오랜 습관이기도 한데 이 습관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젯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는데, 이게 저자가 고안해 낸 정신 치료 기법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설 인도 기법이라든가 뭐라든가, 정확한 이름은 지금 책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문장을 읽을 때 조금 뿌듯했다. 이게 뿌듯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7월은 매출이 저조했고 방문 손님도 전월에 비해 약 400명이 줄었지만, 구매전환율은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손님이 적게 오는 대신 뾰족하게 온다. 목적성을 가지고 오신 손님들이 대부분 구매해 나간다. 7월의 매출이 떨어지고, 손님이 줄었어도, 오히려 희망을 보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8월도 비슷한 양상이다. 주말조차도 손님이 적은 것은 여전하지만 구매 손님은 결코 적지 않다. 구매 객단가도 덩달아 오른다. 그리하여 오늘의 매출도 역시나 기대 이상이다. (나는 대체로 기대치가 매우 낮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해 보며...)
지난 달이었나? 퇴근하고 지하철을 탈 일이 있었다. 지하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독서 장소이기도 해서, 그날도 책을 읽고 있는데 기관사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혹시 어제 밤하늘을 놓치셨다면, 한강을 지나고 있는 지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책에서 눈을 떼고 홀린 듯이 고개를 들었다. 까만 하늘 아래 흐르는 반짝이는 물빛과 한강을 에워싼 건물들이 뿜어내는 빛이 한데 어우러진 광경이 참 아름다웠다. 하늘을 바라 보라는 멘트 뒤에는 오늘 하루 수고했다는 잔잔한 위로와 다독임이 이어졌다. 지하철을 자주 타는 편이 아님에도 이런 식의 방송을 몇 차례 들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아직 제법 살 만한 세상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지옥철을 타고 아침저녁으로 서울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은 지하철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를 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지하철이 꽤 괜찮은 공간으로 기억될 때가 많다. 낭만 가득했던 기관사님의 방송을 일기에 꼭 쓰고 싶어서 수첩에 멘트를 적어두었는데 잊고 있다 오늘 갑자기 생각나서 이렇게라도 기록해 본다. 플로팅도 누군가에게, 딱 이만큼의 온기를 전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떤 부담도 주거나 받지 않으면서,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 '아직 꽤 살 만한 세상이군.'하고 느끼게 되는 아주 작고 사소한 감동을 우리 고객님들께 선물로 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나의 한 주도 별일 없이 무탈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없이 충만하게 끝이 났다.
내일은 플로팅의 휴무일, 독서모임을 하러 간다.
모임에 다녀와서 낮잠이나 실컷 잘까나?
기분 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