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0. 토
오늘 무심결에 화분 하나를 들었는데 화분 받침대에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사이즈의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벌레를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싫어하고, 무서워하고, 끔찍해하므로,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쌍욕을 내뱉고 말았다. 손님이 안 계셔서 정말 다행인 순간이었다. 손님이 계셨다면 내가 비명을 참아낼 수 있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일단 벌레의 존재도 존재지만 그 화분 밑으로 그렇게 큰 벌레가 대체 어떻게 기어들어갔는지가 진짜 무서운 포인트. 화분은 선반 위에 올라가 있었고, 화분 받침대는 물빠짐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바닥이 살짝 미로처럼 되어 있고, 그 벌레는 화분 아래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화분 안에서 벌레가 생성되어 아래로 나왔다는 게 1차 가설인데 이건 너무 공포스러워서...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 저주스러운 화분을 내다 버릴 수밖에 없겠다.
나는 일단 화분을 다시 덮어두고 우리 집 벌레 담당 일진인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나의 남편은 이번 주 내내 야근을 하고, 오늘 오전 갑자기 고모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 내일 오전 익산으로 출발해야 하는 직장인 남성으로, 나도 측은지심을 아는 인간인지라 이런 시답잖은 일로 남편에게 연락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잠이 든 것인지 답이 없었고, 나는 갑자기 간지럼증이 사지로 퍼져나가며 오만데를 벅벅 긁다가 도저히 정신이 안정되지 않아 일기를 쓰고 있다.
플로팅을 운영하며 제법 강해졌다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나약했다. 끝내 남편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내 힘으로 처리를 해야만 하겠지.
그나저나 글쓰기는 확실히 심신안정에 도움이 되는 듯하다. 이 글을 쓰는 사이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 용기를 내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매장 공간에 있던 화분에서 벌레가 나온 것이 아님에 감사하며... 힘을 내 보아야겠다. 하면 하는거지 뭐! (현재 시간 5시 46분, 지금까지의 매출로 8월은 역대 2위 매출 등극.)
현재 시간 6시 20분, 남편에게 답이 오지 않아 화분 밑 벌레 처리를 시도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화분과 화분 받침을 그대로 들고 나가 하수구 밑으로 떨어트릴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화분 받침을 하수구에 대고 탕탕 쳤는데, 아무것도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져서 내가 헛것을 본 건가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가, 그건 아닌 듯하여 에프킬라를 들고 화분이 있던 자리를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허무하고 찝찝한 최악의 결말.
하 진짜, 이 빌어먹을 여름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지? 울적해서 오늘은 정말 칼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