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도 체력

2025.09.05. 금

by 감우

남편은 매일 야근을 한다. 나도 매일 야근을 한다. 나보다 네 시간이나 일찍 나가는 남편이 나보다 더 늦을 때도 있다. 어젯밤 나는 아직 가게에서, 남편은 아직 회사에서, 서로가 언제 오냐고 묻는 통화를 하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이 있었다. "우리 인생 왜 이래?" 묵직한 한탄보다는 조소에 가까운 말이었으므로 우리는 함께 깔깔 웃었다. 웃음의 끝에 잠시 헛헛한 공백이 생겼다.


요즘 우리는 자주 우리를 '개고생 부부'라 칭하며, 보상 심리에서 야기되는 앵갤비 상승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늦은 시간에 만나 살찌는 음식들을 나눠먹으며 몇 마디 나누다 까무룩 잠드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고생할 때인가 보다. 그럼 여유로운 때도 분명 있겠지." 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말로 나를 다독이는 남편과 지친 몸을 서로 기대며 그럼에도 많이 웃는 나날이다.


"다정도 체력이래." 남편이 말했다. 너나할 것 없이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평소보다 더욱 조심하고 배려한다. 언제쯤 그 '여유로운 때'라는 것을 맞이하게 될까. 어서 그날이 오길 누구보다 바라지만, 그래도 오늘 웃을 일을 찾아 웃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한다.


9월은 8월에 비해 기세가 약하고, 초반부터 힘차게 밀어 올렸던 8월과 비교하면 영 기운이 좋지 않은 시작이다. 날은 여전히 덥고 습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는 해와 밤에는 제법 선선해지는 바람을 보면 가을이 코앞인 듯하다. 내가 사랑하는 가을이 오고 있으니 다른 걱정거리들은 은근슬쩍 미뤄두고 신나는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하기로 하자.


오늘도 별일 없이 잔잔한 하루였다.

IMG_9607(1).JPEG <여수의 사랑>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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