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게를 맡긴 날

2025.09.06. 토

by 감우

한 달에 한 번, 남편이 가게를 봐주기로 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냥 좀 쉬어 볼까 싶어 오늘 남편에게 가게를 맡기기로 했다. 이번 주 내내 야근을 했던 남편을 토요일까지 가게로 떠미는 것이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내가 출근을 하려 했지만 남편은 꽤나 비장하게 "약속한 건 지켜! 너는 집에 있어!"라며 홀연히 가게로 떠났다.


이렇게 하루를 온전히 남에게 맡겨 본 것은 처음이었다. 쉬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남편에게 여러 번의 전화가 걸려왔고, 내 맘 같지 않은 일처리들이 다수 발생했다. 그러나 내년 목표를 구인으로 잡은 만큼, 가게를 맡기는 연습을 조금씩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타인을 믿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신뢰는 언제나 선불이다. 믿게 해서 믿는 게 아니라 믿어야 믿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출근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다. 날이 제법 험악했던 탓에 손님은 많지 않았고,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집안일을 종종거리며 해치우다 보니 정작 나는 제대로 앉아 쉬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역시 바깥일보다는 집안일이 고되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한 노동의 굴레는 역시 고역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옷 바람으로 내 집에서 홀로 온전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역시 힐링이긴 하다.


내일은 또 라이브를 하는 날. 할수록 자신감이 붙는 게 아니라 어쩐지 할수록 자신 없어지는, 그러나 "약속한 건 지켜!"라는 남편의 말마따나 약속의 자발적 노예가 되어 일단 몸을 움직여 보기로 한다. 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겠지. 언제는 뭘 잘해서 했던가. 오늘은 맛난 저녁을 먹고 일찍 자야지. 새로운 내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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