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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축제의 날

2025.09.27. 토

by 감우

오늘 여의도에서는 불꽃축제를 한다. 불꽃축제 방문이 우리 부부의 연례행사이던 때가 있었다. 커다란 돗자리와 얇은 담요를 챙기고,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이른 시간부터 한강 공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놀다가 먹다가 자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며 불꽃이 터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 좋았었다. 그렇게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오면 다음 날인 일요일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여독 아닌 여독을 풀었더랬다. 그사이 코로나가 찾아왔고, 그사이 내가 자영업자가 되어버렸고, 그러니까 이제 마지막으로 불꽃 축제를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지경이 되어 버렸지만.


이제는 불꽃축제를 한다고 하면 '장사가 안 되겠네' 따위의 생각을 먼저 하는 인간이 되었다. 다만 손님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던 오늘은 의외로 손님이 많았고, 그러나 좀처럼 구매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평일보다 못한 매출로 마감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모두의 걱정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보통의 일상이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사실 그 시간을 꽤나 좋아했었다. 모든 관계로부터 자연히 멀어질 수 있었던 시간, 회사를 나가지 않고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챙기던 시간. 그러니 내게는 그때가 호시절이었고, 그때 했어야 할 걱정이 지금의 걱정이 되었다. '나는 언제쯤 보통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불안할 때면 불안을 표현할 여러 문장들을 찾아 반복적으로 불안에 대해 쓴다. 나의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지금 나의 불안은 내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유형의 것은 아니고, 생각을 조금만 비틀면 좋은 수가 나올 것도 같은데 잡힐 듯 잡힐 듯 안 잡혀서 조급하고 불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여러 가지 시도의 일환으로 앞으로 블로그를 좀 더 열심히 해 볼까 싶어 오늘은 하루 종일 블로그를 붙들고 있었다. 이제 유튜브도 인스타도 저물어가고 다시 블로그의 시대가 온다는데, 그 블로그의 시대가 내가 아는 블로그랑은 조금 다른 것도 같지만, 아무튼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기로.


잠시 떠났다 돌아오니 자꾸만 다시 떠나고 싶다. 예전에는 고양이들 때문에 여행을 못 가, 가게 때문에 여행을 못 가라며 한탄하기 일쑤였는데, 1박 2일의 짧은 여행도 만족도가 꽤나 높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에게는 이런 식의 초단기 여행이 더 잘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1박 2일도 충분하다고 마음을 바꾸고 나니 갑자기 거리낄 것이 없어졌고, 그래서 당장이라도 다시 떠나고 싶어졌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겨울에 한 번 더 가야지.

KakaoTalk_20250924_220441815_11.jpg 이렇게나 신나 버린다구요

ps: 일기를 쓰는 약 한 시간의 시간 동안 갑자기 손님이 우르르 들어와 뭔가를 사가신 덕분에 다행히 평일보다는 나은 매출로 마감! 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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