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존해 있잖소

2025.10.26. 일

by 감우

날씨가 흐린 듯 맑고 맑은 듯 흐린 일요일이었다. 손님도 매출도 어제의 딱 절반 정도. 그래도 이 정도면 최악은 아니지 싶다.


요즘 꿈자리가 사나운 날이 잦아졌다. 언젠가부터 꿈을 잘 꾸지 않게 되었는데, 나는 꿈꾸는 것을 좋아해서 그게 못내 아쉬웠었다. 그런데 요즘은 꿈을 꾸면 안 좋은 꿈을 꾼다. 이건 정말 슬픈 일이다. 어제의 꿈은 가족 모임 중에 둘째 고모부가 나를 미친 듯이 비난하는 꿈이었다. 내가 행사를 주관하였는데 고모부가 행사 내용에 대한 비아냥을 시작했고, 자기 방어를 위해 맞섰으나, 너는 원래도 믿을 만하지 않았다는 둥, 능력이 의심된다는 둥,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못한 인간이라는 대사로 방점을 찍으며 나를 할퀴었다. 대사 하나하나가 평소 내가 유독 깊이 긁히는 내용들. 둘째 고모부를 언제 만났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그분이 내게 어떤 비난 섞인 말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므로, 그야말로 개꿈이긴 한데, 나의 무의식이 투영된 내용임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생각하면 조금 재미있기도 하다.


어떤 예지적인 꿈을 꾼 적은 전혀 없고, 대부분의 꿈이 이런 식이다. 아무리 기묘한 내용의 꿈도 찬찬히 내용을 톺아 보면 전날 보거나 읽은 무언가 혹은 요즘 내 머릿속에 든 생각들이 투영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꿈은 언제나 흥미롭다. (최면 같은 걸 해 봐도 재미있을 텐데)


내가 장사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2년가량이 되었다. 벌어도 벌어도 써야 할 돈이 더 많은 이 기현상 속에서 생존만을 목표로 달려온 지도 어느새 2년가량이 되었다. 대체 돈은 어떻게 버는 건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오늘 또 열심히 팔고, 오늘 또 새 발주를 넣고, 오늘도 보통의 일상을 산다. 아무튼 나는 생존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IMG_0884(1).JPEG 1 피드 1 상품, 새로운 시도 ing. 데이터가 쌓이면 어떤 상품에 많이 반응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겠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충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