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화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춥고 스산한 날씨라 조용한 하루가 되겠거니 하며 출근을 했다. 어제 못 읽은 것까지 책이나 실컷 읽자 생각하면서. 그러나 웬걸, 손님이 꾸준하게 들어오셨고, 결제도 꾸준하게 이루어져, 5시도 안 된 시간에 이달 매출 3위를 찍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회사 다닐 때 12월에 쌓인 연차 터느라 많이 쉬었던 것 같기도. 부럽다...
그리하여 오늘은 생각보다 일은 많이 못 했고, 대신 돈을 많이 벌었다. 럭키!
오늘은 퇴근 후 네일샵 예약을 잡아뒀기 때문에 미리 일기를 쓰는 중. 왜인지 모르게 살짝 진이 빠져서 못다 한 일은 흐린 눈으로 미뤄 두고 남은 시간은 책이나 읽다 갈까 싶다. 하루쯤 그런 날을 보내도 괜찮지 않나요?
아무튼 오늘은 특히 더 감사가 넘치는 날. 소품샵을 처음 오셨다는 손님이 마치 물건을 찜해 두고 사러 오신 것처럼 한가득 구매해 가셨고, 단골손님이 회사 동료들을 잔뜩 데리고 방문해 주셨고, 올 때마다 한가득 구매해 가시는 손님이 재방문해 주신 날. 그 마음들이 모여 조용한 화요일의 플로팅이 소란하게 북적였다. 감사할 따름이다. 이대로라면 정말 2025년의 마지막 달, 2025년의 최고 매출을 갱신하는 드라마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가끔 손님들이 "여기서 제일 잘 나가는 게 뭐예요?"하고 물어 오시면 난감해진다. 이것은 플로팅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플로팅은 특히 잘 나가는 특정 상품이 존재하지 않고 골고루 판매된다. 이것은 플로팅의 편집 구성이 전반적으로 조화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이 때문에 각종 거래처에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재발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적 부담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내년엔 플로팅도 똑똑한 효자 상품 하나 제작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요즘은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굿즈 개념의 짜치는 에코 백 말고, 진짜 누군가의 인생 가방이 될 만한 잘 빠진 백팩을 만들면 멋질 것 같다. (제가 필요해서 이러는 거 맞습니다, 네.)
이런저런 생각들이 혼잡하게 부유하는 것을 보니 연말은 연말이다 싶은. 아무튼 오늘 일기는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