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마지막 영업 일기

2025.12.30. 화

by 감우

어느새 이 날이 왔다. 플로팅의 간판이 2년째 불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여전히 망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어제 일기에 토요일 임시 휴무를 안 썼다면 앞자리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문장을 적었는데, 토요일 임시 휴무를 썼음에도 앞자리가 바뀌었다. 드라마 같은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작년 12월 매출을 확인해 보았는데 단순히 12월이라 잘 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플로팅은 '확실히' 성장했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워홀의 실패로 빈털터리가 되어 마포구로 오게 된 순간이, 일자리를 구해야 되는데 변변한 옷 한 벌이 없어 10만 원 정도 되는 싸구려 코트를 열 번 정도 고민하다 결제했던 순간이, 면접 합격 문자를 받던 순간이, 첫 회사생활에 적응하느라 고초를 겪던 시간들이, 워홀 실패의 타격으로 늘어난 빚을 갚느라 허덕이던 시절이, 마지막 대출금을 완납하던 순간이, 퇴사를 결심했던 어느 날의 밤이, 매일이 불안했던 1년의 무직 시절이, 서점에 첫 출근을 하던 날이, 서점원 마지막 날이, 가게 자리를 보러 다니던 시간들이, 지금의 자리를 계약하던 순간이, 처음으로 가게 문을 열던 날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오늘을 위해 그 지난했던 시간들을 통과했던 건가, 과도한 감상에 젖어 이런 생각도 잠시 해 본다.


작년 3월 1일에 오픈을 했으니 영업일이 두 달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해의 220% 성장률은 가히 드라마라 할 만하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고민이 많았던 한 해였다. 작년에는 정말로 장사가 안 됐다지만, 올해는 작년에 비하면 성황을 이루었다고 봐도 무방할 텐데 여전히 남는 게 없어서 당황하던 날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220% 성장이라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수치적 지표를 오직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여전히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하고, 매출 220% 성장이라는 엄청난 지표를 기록한 2025년조차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과정들이 또 어떤 새로운 점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인 거겠지 생각하며, 감사로 한 해를 마무리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 년 간 꾸준하게 이 지난한 일기를 읽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한히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글을 쓴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일 년!

플로팅 일기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새해 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