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한 날

2026.01.08. 목

by 감우

요즘 나의 최강 도파민, 흑백요리사! 그래서 일기가 아닌 특별 지면을 내어 각 잡고 쓰고 싶기도 하지만, 오늘 일기에 특별히 쓸 만한 이야기도 없고 하니 일단 그냥 끄적거려 보기로 한다.


원래 위와 같은 문장으로 오늘의 일기를 시작하였다가, 역시 이 이야기는 각 잡고 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어 다시 새 창을 열어 일기를 쓴다. 게다가 하루하루를 축적하는 일기의 관점에서 보자면 오늘은 꽤나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오늘은 새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발을 뗀 날이기 때문이다. (비장하게 써 보았지만 대충 운동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돈 내고 운동을 해 보는 게 대체 얼마만인지, 게다가 요가원이라니, 내가 마지막으로 요가원에 발을 들인 것이 거의 10년 전이려나? 요가는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해 보아도 최고의 운동인 것 같다. '수련'이라는 말마따나 내 몸을 나만의 속도대로 천천히 길들여가는, 운동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수련에 가까운 활동이다. 급하게 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언제나 오늘,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충분하다는 게 요가의 가르침이다. 더군다나 별도의 장비를 필요로 하지도 않고, 넓은 공간도 필요치 않으며,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움직이는 운동이기에 노인이 되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리라.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참으로 재미가 붙지 않는 운동이기도 했다. 내 몸은 언제나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고, 살이 쭉쭉 빠지는 것도 아니었고, 옆 사람들의 유려하게 흐르는 몸짓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가 죽었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요가를 지속하는 데 매번 실패했고,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하다 요가는 나와 맞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고 밀어두었다.


다만 그 후로도 나의 인생은 계속되었고, 뒷심 없기로 유명한 나였지만 아주 드물었기에 더욱 빛났던 꾸준함들이 몇 차례 있었고, 플로팅을 운영하며 '꾸준함'에도 조금쯤 자신감이 붙었다. 마음만 먹으면, 의지만 있다면, 부족한 나라도 무엇이든 언제까지고 꾸준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내어 요가원을 등록했다. 이번엔 부디 꾸준할 수 있기를. 내 뻣뻣하고 뚝딱거리는 몸뚱이를 잘 길들이고 수련하여, 언젠간 나도 유려하게 흐르는 몸짓을 가지게 되기를. 그렇게 할머니가 되어서도 요가를 하고 있기를.


지속할 수 없는 것은 무가치하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지금껏 살았다. 이제는 반려 강박이 되어 이 강박을 버리거나 고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최애 강박이라고나 할까요?) 신중하게 고르고 엄선한 것들을 되도록 오래 지속하며 살고 싶다. 지속할 것이 되도록 적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꼼꼼하게 선별된 것들을 내 삶으로 체화시키고 싶다. 단순하고도 풍요롭게, 내 삶을, 나 스스로를, 가치롭게 가꾸어 나가고 싶다.

KakaoTalk_20260108_201311997.jpg 의지를 다지기 위해 내생에 최고 비싼 레깅스도 사 보았습니다. 솔직히 돈 값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거 입고 첫 요가를 했습니다.

PS: 오늘은 무진장 추웠고, 손님은 적었으나, 매출은 다행히도 최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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