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0. 금
손님은 어제만큼 많았으나 이상하리만치 구매 전환이 일어나지 않았던 금요일. 생리+새벽 요가의 여파로 약간의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멍 때리기로 흘려보냈다. 나를 어디까지 채찍질해도 좋을지가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으로 자리 잡았다. 저녁 시간은 역시 쉼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고, 대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오전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9시 수업 예약에 실패해서 몇 번 7시 요가 수업을 (어쩔 수 없이) 예약했으나 의외로 잘 일어나 갔던 것을 생각하면 오전 시간 활용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듯하다.
보통 7시 요가를 갈 때는 6시 알람을 맞춰 두고 일어나는데(이래놓고 약 15분쯤 기상함 ^^), 취침 시간을 열두 시 정도로 앞당긴다는 전제하에 매일의 기상 시간을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6시로 고정해 두고 오전에 개인 시간을 갖는 실험을 다음 주부터 시도해 볼 생각. 9시 요가를 하는 날에는 약 두 시간의 자유 시간을, 요가 수업이 없는 날에는 출근 준비 시간을 아주 넉넉하게 잡더라도 약 네 시간의 자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플로팅 영업시간 외에는 대체로 무용하게 보내고 있는 요즘. 어떤 조치가 확실히 필요하긴 하다. 2~4시간 정도의 개인 시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플로팅뿐 아니라 개인 역량 강화에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역량 강화라기엔 좀 거창하고, 일테면 뜨개질 같은 취미 활동이라거나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는 독서 기록이라거나 몇 년째 의욕만 앞서고 지속하지 못한 원서 읽기 같은 것을 진득하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떤 강압이나 의무의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개인 활동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을 영위할 공간과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나는 아무리 뛰어난 업무적 성과를 달성하더라도 온전한 만족감에 이를 수 없다. 게다가 나는 업무에 있어서는 피곤할 정도로 성급하고 다급하게 일처리를 하는 반면 개인 시간, 일테면 씻거나 먹거나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간에는 과도할 정도로 동작이 느린 편이다. 가끔은 나도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 전에 MBTI 검사를 다시 하게 되었다. 나는 MBTI를 맹신하는 인간 유형에 다소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종종 내가 MBTI를 혐오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오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재미로 보는 각종 심리테스트류를 꽤나 즐겼으며, MBTI뿐 아니라 기타 다양한 심리 유형 검사에 대해서도 꽤나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 퇴사 후에는 강점 검사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기까지 했으며, MBTI의 심화 검사를 전문가의 지도 하에 좀 더 제대로 해 보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다. 다만 MBTI를 맹신하는 유형에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들이 MBTI '따위'를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인다는 점이 나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적게 잡아도) 7할은 자라온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MBTI가 같은 유형이라 하더라도 같은 인간이 될 수는 결코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나는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믿음이 거의 신념처럼 자리 잡은 인간이라 오늘의 MBTI 결과가 내일의 MBTI 결과와 같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MBTI 결과가 오늘, 지금, 이 순간의 유의미한 지표는 될 수 있겠지만 다면적이고 복합적이고 저마다 고유한 우주를 품고 있는 한 인간을 일반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요약하자면, 나는 MBTI를 방패 삼아 다면적이고 복합적이고 저마다 고유한 우주를 품고 있는 한 인간을 함부로 일반화하는 인간들을 혐오한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이런 과격파가 된 이유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 탓이 크다. 나는 지금껏 꽤 여러 차례 MBTI 검사를 해 봤는데 같은 MBTI가 중복되어 나온 적은 거의 없다. I/E, N/S, T/F, J/P 이렇게 여덟 개의 알파벳으로 카테고리를 나누는 MBTI 검사에서 나는 여덟 개의 알파벳이 모두 적어도 한 번씩은 나온 적이 있다. 이번 검사 결과 또한 지난 검사 결과와는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다. 꼭 MBTI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스스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나는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난다.' 어떤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매우 동감하는 바다. 신입 시절의 나와 퇴사할 무렵의 나, 퇴사 후의 나와 서점원 시절의 나, 플로팅 사장이 된 나는 모두 나지만 같은 나는 아니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일관성 없는 인간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나를 알아가고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시시각각 변하는 나를 인지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나만의 은밀한 취미이기도 하다. 나 자신조차 나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이토록 골몰하는데 고작 알파벳 네 개로 나를 다 안다는 듯이 나와 버리면 정말 공격성 만렙될 수밖에 없다니까요?
근데 이 이야기를 왜 하게 됐지? 개인 시간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정말 개인 시간을 가져버린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