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얻는 법

2026.02.24. 화

by 감우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날 수 있겠지?' 기대하며 어제를 마무리했으나 애석하게도 오늘은 여덟 시가 넘어서 일어나 버렸다. 6시 기상에 성공하려면 침대에 들어가는 시간을 11시로 앞당겨야 할 듯하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 리 만무하기 때문에 11시에는 누워야 늦어도 12시에는 잠들 수 있다. 다만 11시 침대행에 성공하려면 저녁을 먹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평균 귀가 시간이 9시 정도인데 사실 저녁을 먹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긴 하다. 다만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녁 안 먹기를 지속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오늘도 플로팅은 무척이나 조용했고, 오늘은 조용한 틈을 타 모임 책 완독에 성공했다. 서머싯 몸의 <면도날>은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나는 작가가 화자로 등장하는 구조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 데다가, 전기적인 성격의 소설 또한 애정하는데 <면도날>은 그 둘을 합쳐 놓은 작품이라 두꺼운 책이기는 해도 내내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어쩐지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싶어졌다. 반쯤 읽다 덮어놓았던 조르바를 다시 만날 때가 온 걸까. 서머싯 몸에게도 관심이 생겨 다른 작품을 좀 더 읽어 보아야겠다.


그 외에는 온라인건 출고와 상품 입고로 남은 시간을 보냈고, 방문자 리뷰와 블로그 리뷰에 답글을 달며 혼자 실실 웃기도 했다. 방문자 리뷰는 매장에서 영수증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어느 정도 쌓을 수 있었지만, 블로그 리뷰는 정말 고객님들의 순수 의지에 의해 올라오는 리뷰라 좀 더 특별한 느낌이 있다. 리뷰를 올려 주시는 것만도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용을 읽어보면 그렇게 알차고 진심 어릴 수가 없어 한 번 더 놀란다.


내가 장사를 시작하며 다짐한 것이 있다. 손님들에게 그 어떤 것도 '그냥' 요구하지 말 것. 그리고 웬만하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 것. 나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고, 리뷰를 써 주시는 것도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자 리뷰를 어떻게든 쌓기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수증 리뷰를 써 주시면 마그넷 하나를 드리는 이벤트를 초기부터 이어오고 있다. 하찮은 선물이지만 많이들 재미있어해 주셔서 그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블로그 리뷰는 그야말로 아무런 대가 없이, 영수증 리뷰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할애하여 남기는 기록이 아닌가. 심지어 나보다 더 상세하게, 나보다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내 가게를 소개해 주시는 문장들을 볼 때의 감동은 정말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플로팅을 운영하며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신뢰는 선불제라는 것. 플로팅에는 주의사항이 없다. 그 이유는 내가 관대한 인간이어서는 결코 아니고 단순히 내가 주의사항 많은 가게를 그야말로 '극혐'하기 때문이다. 영수증 리뷰 이벤트도 나는 보상을 선불로 드리고 리뷰를 후불로 받는다. 그 이유는 내가 인류애 충만한 인간이어서는 결코 아니고, 단순히 내가 매장에 어정쩡하게 서서 리뷰를 다급하게 쓰고 검사를 받느니 혜택을 포기해 버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손님들의 양심을 실험해 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플로팅은 손님들한테 상품을 조심히 봐 달라거나 사진을 찍지 말라거나 하는 말을 일절 하지 않는데, 이럴 수 있었던 이유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만약 손님들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상품 파손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손님들이랑 기싸움이란 것을 할 생각이 전혀 없고, 손님들의 동선을 감시하듯 쫓아다니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이곳이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고 편하게 구경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손해를 각오했으나 손님들은 나를 손해 보게 하는 법이 없었다. 그 어떤 경고 문구 없이도 손님들은 플로팅의 상품들을 조심히 다루어 주셨다. 물론 여기에는 샘플 배치라는 장치와 사각지대 없는 좁은 공간도 한몫 하긴 했지만.


리뷰를 후불로 받는다고 하면 대부분 이런 말을 먼저 한다. "쓴다 그러고 안 쓰면 어떡하려고." 손님들 쪽에서 먼저 이런 걱정을 해 주시기도 한다. 물론 나는 이것도 감수할 생각이었다. 보상을 드리는 이벤트이긴 하지만 그래도 무작정 좋은 말을 기계적으로 써 주는 리뷰보다 '진짜' 리뷰를 얻고 싶은 마음도 컸던 터라 마그넷 몇 개를 날리는 손해는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리뷰를 약속한 손님들의 99%는 반드시 리뷰를 써 주신다. 그것도 굉장히 정성스럽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믿어주는 마음에는 믿음으로 보답할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면 일단 내 쪽에서 먼저 상대를 믿어 주기로 하자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관계에서 보상적 신뢰를 논하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기로 하자.

"네가 잘하면 나도 잘하지.", "네가 믿게 해야 내가 믿지." 따위의 말들 말이다.

저런 말을 들으면 나 같은 인간은 "니나 잘하세요."하고 쏘아붙이고 싶어 진단 말입니다.

(내가 약간 꼬인 인간이었던 게 다행이었던 걸까? ^^)

KakaoTalk_20260224_193206838.jpg 이런 것들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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