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7. 토
토요일 치고는 조용했다. 신학기라 다들 이래저래 정신이 없으려나 생각해 본다. 그러나 반가운 단골 고객님들의 방문과 감사한 신규 고객님들 덕분에 몇 차례 북적였고 매출도 나쁘지 않은 수준.
오늘은 손님들과 제법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플로팅의 독립 엽서를 눈여겨보신 고객님께서는 현재 자신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노라고 말을 걸어 주셨으며, 언제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플로팅을 보아주시는 단골 고객님과는 오랜만에 반가운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
지난달쯤인가? 분명 처음 뵙는 분인데 마치 구매할 물건을 정해두고 오신 것처럼 급하게 이것저것을 골라 사 가신 손님이 있었다. 나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닌데 그분은 처음 봤을 때부터 기억에 남았다. 몇 주 뒤 다시 오신 그 손님은 이번에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또 급하게 이것저것을 골라 계산대에 물건들을 부려놓았다. 첫 방문 때는 적립을 거부하셨지만 그때 적립을 하셨더라면 이번에 사용도 가능하셨을 것을 알기에 한 번 더 권유하기로 했다. 그분은 잠시 머뭇거리다 "아 그냥 오늘은 안 할게요. 제가 지금 좀 불안해서요." 하셨다. 애매한 장소에 주차를 하고 온 건가? 생각하면서도 지금 좀 불안해서요라는 말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 오늘은 그분의 세 번째 방문 날이었다. 오늘의 손님은 이전과 다르게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약속 시간에 늦어 서둘러야 하는 사람 같던 이전의 방문들과는 달리 책도 찬찬히 살펴보고 오래 둘러보았는데 그 모습에 내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지는 듯했다. "오늘은 적립하셔야죠." 하고 다시 한번 적립을 권하며 "오늘은 여유가 좀 있으신가 봐요. 매번 바빠 보이셨는데." 했더니 그 손님은 "아 제가 좀 불안이 높아서요."하고 답했다. 그 불안이 그 불안이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문학적인 순간이었고, 언젠가 글로 짓고 싶은 순간이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은 누구든 매력적이다. 그분이 자주 불안할지언정 약한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없는 걸 있는 척, 모르는 걸 아는 척,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하는 건 멋이 없는 것 같다. 돈은 없어도 멋은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