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3. 금
조용했던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벚꽃 명소 '옆 길'인 덕일까? 그러기엔 지난 2년 동안 딱히 벚꽃 특수를 누려 본 적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감사한 일!
통장이 자꾸 지하 뚫고 내려가는 중이라 진짜 돈 많이 벌어야 돼요.... 이제는 상품 셀렉에도 어느 정도 감이 잡혀서 지금 나한테 대자본이 허락된다면 거대자본으로 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이 허락될 리 없습니다. 네. 나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빚을 갚아야 할 의무뿐. 하핫.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뒤에 빚을 갚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그 빚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며 감도 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하려나. 정신 승리는 언제든 가능한 법.
근데 사실 저 빚 잘 갚습니다. 이게 갚을 때는 힘들지만 또 한 달 한 달 갚아나가는 희열이 있거든요.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마지막 납부금을 털었을 때의 그 기쁨은 겪어 본 사람만 알 수 있음. 자기 효능감 풀충전되는 것은 덤. 채무자의 의무 때문에라도 앞만 보고 달리게 되는 일종의 원동력 역할을 하기도 하는. 다만... 빚 갚느라 '퇴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완전히 삭제시키고 다녔던 회사 생활은 사실상 지옥이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하며, 내가 또 그 지옥으로 기어이 들어가고야 마는구나. 하지만 그때도 2년이나 얼리버드 상환했다구? 사람 일 모르는 겁니다.
첫 해에 나는 '이번 달 월세 벌었다! 밥값 했어!'라는 정신 승리 주문을 자주 외곤 했는데, 이번 달부터는 '이번 달 갚을 빚은 벌었어!'로 주문을 바꿔야 할 듯. 물론 월세도 계속해서 벌어야 합니다. 내 돈은 언제 벌어 집 사나요... 남 줄 돈을 벌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자영업의 세계.
오늘부터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는 책 읽는 정도 외에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그러다 보니 기록하지 않은 완독 책들이 점점 쌓이기만 해서 이제 독서 기록도 가게에서 하고 가기로. 나는 좀 관성의 노예라 가게에서 30분 정도 더 일하는 건 아무렇지 않은데 집 가서 소파에 앉는 순간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몸이 됨... 이것과는 좀 별개로 요즘 다 씻고 얼굴에 팩 하나 붙이고 30분 타이머 맞춰 둔 다음 책 읽는 시간이 은근 힐링이다. 타이머 울리면 팩 떼고 크림 바르고 들어가서 자면 됨! 이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이것입니다...
그 외 모든 생산적인 일들은 일단 전부 미뤄 두기로 한다. 글 쓰겠다고 일본 가서 거금 주고 작문 노트도 사 왔는데 ㅎㅎ 아무튼 그리하여 또 하나의 계획은 8시 땡치면 가게 일은 그만둘 것. 몸이 기억하는 땡퇴봇 구력을 보여 주겠어. 8시에 심적 퇴근을 하고 자잘한 마감 업무를 마친 뒤에 독서 기록 30분만 하고 집 갈 예정. 1인 자영업자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이랄까요? 이런 게 바로 쳇바퀴 같은 일상의 소소잼인 것이죠. 이렇게 실험광이 될 줄 알았으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학자가 될 것 그랬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