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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회의실의 ‘잡담’에서 태어난다

하쿠호도의 ‘쓸모 있는 수다’가 전하는 기획의 본질

by Dan


‘회의 중 잡담은 비효율적이다.’
‘딴소리는 본론을 흐린다.’


이 익숙한 명제를 정면으로 뒤집은 조직이 있다. 일본의 대표 광고 회사 하쿠호도(博報堂)는 회의에서 ‘잡담’을 장려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잡담을 ‘의식’처럼 반복하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낳는 방법론으로까지 끌어올렸다.


무심한 한마디가 진짜 문제를 드러낸다

하쿠호도의 한 광고 카피는 이렇게 말한다.


“회의에 쓸데없는 말을. 미팅에 불평을.”


이들은 ‘짜증 나’, ‘귀찮아’, ‘불편해’ 같은 감정 섞인 불평이나 ‘관계없는 얘긴데’, ‘문득 생각났는데’와 같은 옆길 새는 말들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새로운 시각을 열 수 있다고 믿는다.


과장된 게 아니다. 도쿄대 연구진이 실제 하쿠호도의 회의를 분석한 결과, 회의 시간의 절반이 잡담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절반이 그냥 흘러가지 않았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공감하고, 웃고, 갑자기 생각이 튀고, 감정이 흔들린다. 그 감정의 떨림 속에서 아이디어가 움튼다.



아이디어는 ‘설득’보다 ‘공명’에서 태어난다.


하쿠호도 브랜드 컨설팅국의 오카다 쇼세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내야 하는 아이디어는 클라이언트도 떠올리지 못한 것, 그것은 철저히 생활자의 시선으로 생각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즉, ‘좋은 아이디어’는 논리적인 설명보다 생활자의 감정에 닿는 어떤 떨림, ‘그거 좀 웃긴데’, ‘이거 공감된다’라는 가볍지만 본질적인 반응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들은 의도적으로 ‘심장이 반응하는 순간’을 붙잡는 수다를 한다.

누군가가 무심코 한 이야기에 모두가 멈칫한다.

“어? 그 말 좀 다시 해줘.”

그 순간, 방향이 바뀐다. 대화는 깊어지고, 아이디어는 자란다.



기획자의 언어는 ‘결론’이 아니라 ‘흐름’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회의에서 ‘핵심만 말해달라’고 얼마나 자주 말했는지 떠올랐다. 결론이 없는 말들, 감정이 섞인 말들, 문장보다 표정이 먼저인 말들을 종종 잘라내며 스스로 효율적이라 믿었다.


하지만 정작, 좋은 기획은 논리보다 말의 배경, 말하지 못한 맥락, 말한 사람의 삶에서 자란다. 하쿠호도는 이 당연한 진실을 회의 안에 끌어들였고, 그것을 문화로 만들었다.



우리 팀은 어떤 잡담을 하고 있나?


돌아보자.

우리 회의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무엇인가?

정적과 정리된 문장 사이에서 진짜 아이디어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회의를 ‘논리의 검증장’이 아니라 ‘감정의 실험장’으로 받아들이는 용기.

그 안에서 나오는 우연한 잡담이야말로, 우리가 고민하던 문제의 다른 문을 열지도 모른다.


참고 글: https://xtrend.nikkei.com/atcl/contents/18/01128/00004/?i_cid=nbpnxr_pa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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