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의 사랑편지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오랜 팬인 생강입니다.
오랜 팬이라고 쓰고 언제부터 작가님을 좋아했지, 떠올려 보았는데 아마도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에피소드를 거슬러 올라가며 작가님 콘텐츠를 도장 깨기 하듯 듣던 그때의 날들이 떠올라 잠시 설렜어요.
스스로 쓰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시는데요. 저는 작가님의 책도 좋아하지만, 이야기하시는 걸 특히 좋아해요. 리딩 케미스트리가 시작했을 때는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 매주 꼬박꼬박 작가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지난 일 년 간 월요일마다 행복했어요.(가능합니다) 감사해요. 오래오래 많이 나와주세요.ㅎㅎ
누군가 작가님이 왜 좋으냐고 물었을 때 저는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첫 대답은 '나와 생각이 비슷해서'였는데 뒤돌아서 생각해 보니 절반은 다른 것 같았거든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애증까지 갈 만큼 깊어지는 덕후 기질이 있는데요. 그래서 좋아하던 대상들도 상황이 변하면 100이었던 마음이 0이 되곤 합니다. 너무 좋아했기에, '적당히'로 가지 못하고 차라리 안 봐버리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정말 꾸준하게 제 마음의 90 언저리에 계시는 유일한 분이세요. (어쩌라고,라고 생각하시진 않을까 하며 쭈그러들고 있습니다...하지만) 이 마음의 힘이 어쩌면 가장 강함을 느껴요.
1년 전, 저는 일과 관련해서 큰 사건을 겪었어요. 1년 전까지, 4년간 동료와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을 함께 하고 있었어요. 재미로 시작했기에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마지막 1년 간이었어요. 그때 들어온 수입은 꽤 컸지만 재투자라는 명목으로 묶어두었고, 저는 한 달에 200만 원 전후의 돈을 가져갔어요. 고용된 게 아니라 '내 일'이니까 그럴 수 있었어요. 미래를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자 동료는 회사가 -우리가 아닌- 자기 소유라고 주장했고(서류상 소유주가 동료였거든요. 안일하게도.) 지분을 공정히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를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잘라냈습니다. 씨앗에서 나무로, 4년간 정성스레 키운 일이 제 인생에서 일순간 없어진 거예요. 정말 한 순간에. 그다음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저는 사업하던 4년을 제 인생에서 도려냈어요. 제가 만든 브랜드 이름과 동료의 이름은 볼드모트처럼 입에 담지 않았어요. 게다가 이상하게도, 그 시절 제가 좋아했던 것들조차 더 이상 쳐다보기 힘들었어요. 그때 만난 사람들, 좋아하던 브랜드, 프로그램, 작가, 가던 장소, 음식점 등등. 그 시간의 저를 상자에 통째로 담고 묻어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가님을 보는 것만큼은 힘들지 않았어요. 여전히 작가님의 책을 읽고 목소리를 찾아 들을 수 있었어요. 산더미처럼 쌓였던 좋아하는 것들이 싹 쓸려가서 폐허가 된 줄 알았는데, 그중 하나는 내 인생에 남아주어서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큰 힘이 됐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인 저를 잃지 않게 해 주었어요.
작가님이 좋은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왠지 이런 마음을 이미 알고계실 것 같아서 인 것 같아요. 배신당한 마음, 암흑같은 시간, 그럼에도 무언가를 계속 좋아하는 마음을요. 작가님의 글과 말에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시간은 흘러가고 작고 큰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인생이에요.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갈수록, 활활 불타는 장작보단 은은하게 빛나는 별빛이 더 강하다는 걸 알아챕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부디 쭉 오래 쓰고 말해주세요. 그치만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 있는 그대로, 좋아합니다.
작가님의 팬, 생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