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기분 느끼기

쓰고싶다고 영영 생각만 하는 사람의 태도

by 생강







요즘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은가?

이 글도 어차피 오늘만 쓰이고 몇개월 뒤 폴더 정리를 할 때나 발견될 것이라는, 그러니 쓸데없는 시도 하지 말라고 하는 머릿속 말이 들렸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시하고 타이핑을 시작했다. 그 말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일이 그렇게 되던 아니던 지금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언젠가는 쓰는 걸 시작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영영 ‘쓰고 싶다, 써야 하는데’ 하는 말들만 품고, 부화시키지 못한 알처럼 품고 살 것이기 때문에. 이 와중에 머리속에서는 ‘헛소리를 쓰고 있네. 해야 하는 다른 일이 떠오르잖아’ 하고 있지만. 일단은 지금 내가 쓰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아까까진 쓰고있지 않았으니까.


이 글은 아무도 안 볼 것을 상정하고 써야 한다. 누가 본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챗지피티에게 이 문장을 다듬어달라고 명령하게 될 것이다. 남의 기준에 잘 보이기 위해서. 여러 글 중에 눈에 띄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그런 주제를 생각할 것이다. 그럼 점점 진짜 쓰고 싶던 것과는 멀어진다. 쓰고 있지만 쓰는 게 아니게 된다. 아주 다른 행위가 된다. 하물며 살아오면서 경험한 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도록 만드는 데에 소질이 있지도 않다. 헛수고를 반복하다가 지쳐서 ‘거봐 역시 이건 안돼.’ 하고 돌아서게 될 것이다. 진짜에서 멀어지는 것은 쉽다. 썰물 위의 튜브처럼 어느새 멀어진다. 경계해야 한다. 그러니까,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자유로워져야 한다.


날아가는 것처럼 자유롭다는 기분은 사랑하는 우리 고양이 같고, 겨울 끝의 봄 기온 같고, 사진으로 찍힌 해외여행의 순간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다. 쉽게 가질 수 없고 세상에서 최고라는 얘기다. 요가를 할 때 제한 없이 뻗어나가는 자유를 느꼈다. 숨을 아주 깊이 쉴 때, 그리고 내 쉴때. 숨의 거리가 나를 넘어선다고 느낀다. 자유로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아진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 목록을 만든다면 3위에 들어갈 것 이다. 글쓰기도 요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아직 그런 기분은 느껴본 적 없지만, 이미 알고 있다. 이게 나의 또 다른 자유의 행위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몸을 반으로 접고 안에 있는 깊은 숨을 바깥으로 뿜어낼 때. 내 안에 떠다니던 숨이 후- 뿜어 나오는 걸 느낄 때의 울음. 그 순간이 글을 쓰면서도 올 것이라는 걸.


박연준 시인의 에세이에서 글을 쓰는 것은 인생의 갑이 되는 것 같다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을 나는 자유를 느끼는 일이라고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은 서문을 읽으면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생크림 위에서 스키를 타듯이 시선에서 미끄러지는 문장들. 오랫동안 느끼고 있었지만 언어로는 표현된 적이 없는 내 마음을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서 내어주다니. 나도 이렇게 쓸 수 있다면. 책 제목은 ‘쓰는 기분’인데, 나는 쓰지 않으면서 이미 쓰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숨 쉬면서, 고양이를 보면서,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것과 같다.


이제부터 나는 글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라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쓰는 순간 한 번 쓰고 잊혀지는 첫 번째 글이 될 것 같아서. 이미 그런 첫 번째 글은 많이 썼다. 그냥 지금은 쓴다. 그리고 다음에도 지금, 쓰겠지. 무엇이 되었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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