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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원GONGWON May 03. 2021

순수한 사람.

타 직장 동료 A와 B는 왜 날 만날까. #1.

"항상 긍정적으로 대해줘서 늘 힘이 나지!"


왜 날 만나는지에 대한 타 직장 동료 B의 첫 답이다. 이번엔 타 직장 동료인 A와 B에 물었다. A와 B는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들이다. 서로 다른 직장이지만, 카톡방을 만들어 재밌는 이야기(험담 포함)를 하고, 스트레스받은 날엔 저녁에 모여 매콤한 얼큰이칼국수나 불닭발에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회사가 주지 못하는 공감과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카톡방에 이야기를 하다, 글의 취지를 설명하며 질문을 던졌다.


"나는 맨날 부정적인 생각 엄청 많이 하는데, 너는 항상 긍정적인 것 같아. 내가 많이 반성하지."


나는  대학교 입시에도, 군 입대 후에도, 회사 채용에도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흔하디 흔한 PR요소지만, 대다수의 지인들은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점은 쉽게 공감했다. 어떤 일을 겪어도 '그럴 수 있지.' 하면서 '괜찮다'라고 말하는 나였으니까. 지금도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동안은(?) 내 PR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자기 소신도 있어."


나는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더 따르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은근하게 내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이었다. 가령 눈 높다고 한 한 사람에게는


"그 정도 사람을 만나려면, 너도 그 정도에 맞춰야지."


라고 한다던가, 서로 아는 지인이 쓸데없이 야망이 많은 것 같아 별로라는 사람에게는


"S호텔 L사장이 했으니까 야망이고, 우리랑 똑같이 사람이 그러면 치기에 불과한 거야?"


라고 말할 정도였다. 단, 회사에서는 예외라는 것이 흠이었다. 한 번은 주말근무가 생겨 회사에 출근하였다. 회사에 들어서니 같이 출근하는 타 팀 부장님이 출입문 주변을 서성였다. 알고보니 출입문 보안장치의 지문 인식이 안돼 들어가지 못하신 것이다. 내가 대신 지문을 태그하여 문을 여니 멋쩍은 듯 엄지손가락을 드셨다. 


"기계가 이상한가, 지문인식이 안 먹히네."


그 말을 들은 나는 부장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부장님이 너무 열심히 일하셔서 지문이 닳은 거 아닌가요?"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에 어떻게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하다. 나도 직장인이 다 됐구나 싶은 기억이다.


B의 이야기를 들은 A는 맞장구쳤다.


"맞아, B가 말한 거 완전 공감해! 그리고 이 이익 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보기 드문 따뜻한 맴을 가진 사람이라서 만나면 마음이 순수해지구 따스해지구 마음이 온화해져."

"맞아, 그거야! 순수함 인정해! 나는 사회의 찌든 때가 많이 묻었어.."


귀염 뽀짝 가득한 이모티콘과 함께 나온 말들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나는 얼른 주변 눈치를 살피며 목을 가다듬고 생각에 잠겼다.


A와 B가 말하는 순수함은 사전적 표현 그대로 욕심이나 사사로운 생각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내가 순수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역시 욕심 많고 사사로운 생각을 한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물심양면 주는 사람이다. 힘든 일을 겪으면 힘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음식이나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줬고, 함께 식사를 하면 내가 먼저 지갑을 열었다. 자그마한 일을 부탁하고 난 다음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작은 기프티콘을 보내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단지, 내 마음이 그 사람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은 것뿐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먼저 물심양면 쏟지 않았을 것이다. 


"어여삐 봐줘서 고맙네.. 나도 매한가지야. 멍텅구리 다됐지 뭐."

"나도 마찬가지야. 회사란 곳이 원래 그렇지."


이야기는 어느새 늘 그랬듯, 으레 하던 재밌는 이야기(험담 포함)로 넘어갔다. 험담을 잘 안 하려 노력하던 나였지만, 어느 순간 한마디 거들고 있다. 안 하려 해도, 이 묘한 동질감과 의문의 희열은 어찌할 수 없다. 문득 대학교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다 험담에 대해 해 주신 말이 떠오른다.


"원래 사람 뒷담화가 제일 재밌다. 나도 한다. 허허허."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업무로 돌아왔다. 질문에 대한 답은 명료했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마침 다음 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때 술 한 잔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주에 우리 곰장어 먹기로 했잖아. 그때 좀 더 물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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