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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원GONGWON Nov 16. 2020

편안하게 하는 사람.

대학교에서 만난 절친한 누나 Y는 왜 날 만날까.

"왜 물어?"


왜 날 만나는지에 대한 절친한 누나 Y의 첫 답이었다. 평소 장난기가 많았던 Y 다운 답이었다. 과장 조금 보태 대화의 대부분은 이런 장난이다.  


"아니 그걸 왜 물어. 만나니까 만나는 거지."


나는 웃음이 절로 터졌다. 대학교 부서의 근로학생으로 일하며 만난 Y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친근하고 재미있었다. 그만큼 인간미 있고 주변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함께 근로했던 누나들이 결혼할 때마다 직접 브라이덜 샤워 이벤트를 기획하고, 결혼식 축하 배너를 위트 있게 디자인하고 만들 정도였다.


"장난이고, 그 링크 좀 보내줘."



나는 얼른 내 취지가 담긴 글을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구구절절 말하는 것보다 링크 보내주는 게 훨씬 간결했다. Y는 한참을 읽고 난 뒤 답을 했다.


"야,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안함보다 불편함을 느끼는 거 나랑 진짜 똑같다!"

"뭔가 디게 미안해. '아, 내가 왜 그랬지' 그러면서 집에 가."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난 너 만나면 좋으니까."


Y는 곰곰이 생각하다 말을 이어갔다.


"아, 너랑 있으면 동안으로 보이니까 좋지!"


당황스럽지만 인정한다. 학생 때부터 이어진 노안은 어디 가지 않았다. 사실이다. 


그리고 지각도 잘하고, 학점도 시력(?)이잖아!"


당황스럽지만 인정한다. 나는 여전히 게을러서 간간이 지각을 한다. 어학 공부해야 한다고 산 책도 장식품으로 쓰고 있다. 사실이다.


"그치만, 임창정 노래를 꽤나 잘 부르고 사진도 잘 찍고, 다재다능하지."


내가 Y 앞에서 임창정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나 싶었다. 글 쓰는 지금 생각해보니, 군대 휴가 나왔을 때 같이 근로했었던 지인들과 저녁 먹고 노래방에 갔었다. 나는 이제야 기억났는데, Y는 평소에 기억을 하고 있던 것 같았다. 섬세한 사람이다. 문득 같이 차를 마시며 수다 떤 때가 떠올랐다.

 


"얼마 전에 우리 카페 가서 떠들고 나올 때, 내가 사장님한테 내가 너무 시끄럽지 않았냐고 그랬잖아."

"그랬지."

"그때 누나가 그랬다는 게 아니고, 내 목소리가 큰 게 신경 쓰여서 사장님에게 물어본 거였는데 누나 기분 나빴을까 봐 그게 걸리더라."

"아니 아니. 난 전혀 시끄럽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그렇게 타인을 배려하고 예의 바른 게 좋아서 네가 좋은 거야. 존경스러운 태도였어.


나는 사람을 만나고 난 다음에, 혹여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나 걱정이 많았다. 절친하게 생각한 Y에게도 마찬가지였다. Y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지금까지 했던 걱정은 지나친 기우였다.


"그리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어. 이야기도 재밌게 하지만,  이야기도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만나는 거지."


Y는 내가 이야기를 재밌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Y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Y는 나보다 사람을 더 편안하게 하고, 사람을 재밌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만나고 난 다음에 생기는 그 미안함이 더 느껴진 것은 아니었을까.


"만나 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 항상 고마운 마음이야."

"아니, 너 곧 죽을 거 같아. 너 죽는 거 아니지? 우리 오래 살자. 알겠지? 나 오늘 연수라서 많이 바쁘실 예정이야. 담에 또 보자."

"그랴. 누나 힘내고. 건강 조심해."


Y와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Y  그렇듯 하트 이모티콘으로 마무리했다. 평소 Y 하는 애정 표현이다.  끝자락으로 전할  있는 최상의 표현을, Y 먼저 스스럼없이 했다. 그만큼  편안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나 역시 Y가 편안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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