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베란다에 스타벅스 캠핑의자를 펼쳐놓고 앉았다.
옆 집 엄마가 빌려준 비밀편지란 책을 읽던 참이었다.
파사삭 - 하며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순간 나는 일곱살의 나로 돌아갔다.
엄마를 조르고 졸랐다.
사이다는 정말 달콤하고 시원했다.
그때 사이다는 병에만 팔았던가 ? 그래 - 하나 사오자 하고 나서
슈퍼에서 신이 나 내가 들고 가겠다며 가던 참이었다.
파사삭-
발이 걸려 넘어졌다.
넘어진 내 앞에 사이다 병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땅 속으로 탄산과 함께 시원하게 사사사- 사이다가 스며들었다.
투명한 병과 사이다로 젖은 땅은 독특한 문양을 냈다.
난 울면서 엄마를 바라보았고, 엄마는 내 탓을 했다.
그리고 다시 사주지 않았다.
파사삭- 소리였다.
그 순간 나는 서럽게 집으로 돌아가던 내가 되어 있었다.
난 내내 한스러웠다.
내 손에서 사이다가 미끄러져 땅에 떨어지는 꿈을 수십번도 꾼 거 같다.
손 가득했던 사이다의 차가움과 떨어트린 후의 그 공허함.
넘어져 다친 다리보다 땅속으로 스며드는 사이다가 아팠다.
눈물이 나고 서러워 꺽꺽대며 울었는데,
울지 말라 소리치는 엄마 몰래 이불 밑에서 흐느꼈다.
내 사이다..
내 사이다...
지금 돌아보면 엄마 또한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셋방살이, 피아노를 가르치며 살던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땐 원망스러웠으나,
지금은 나도 역시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안다.
아이를 키우며 나는 가끔 나의 어린시절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