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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17. 2022

글쓰기 돌아보기와 다짐

나는 그동안 어떤 글을 써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주로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생활이 어떠했는지. 그런 글에 울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개인의 경험에다 깊은 사유까지 덧붙여 인생의 진리를 전해주는 글을 읽으면 때로는 질투가 난다.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런 깊은 사유까지는 하지 못하나, 란 생각도 든다.


독서량이 적어서일 수도 있고 경험이 풍부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사물과 현상을 받아들이는 게 덜 민감해서일 수도 있고 깊이 사유하기 전에 글을 써서일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고 싶다고 한순간에 그게 실현될 게 아님을 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송충이가 갑자기 뽕잎을 먹으러 가면 이상하다. (사실 뽕잎도 먹나?) 그러니까 나는 아마 앞으로도 여태껏 써왔던 신변잡기적인 글을 쓰게 될 것이다.


학창 시절 국어책에서 배웠던 수필들의 성격 중 '신변잡기적'이란 말이 기억난다. 그때 배우면서 그 말이 묘하게 거슬렸다. 좋은 작품이랍시고 국어책에 실어놓고 왜 신변잡기적(身邊雜記的)이래?  '잡(雜)'이라는 말이 내게 감동이나 울림을  작품들을 천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잡(雜)' 하면 왠지 잡동사니 같고 잡생각 같고 잡스러운 것을 칭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나의 글은 다소 두서가 없고 잡스러움을 인정한다. '만약 내가 책을 만든다면?'이란 상상을 하고 보니 묶을 만한 주제나 일관된 흐름이 없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지금 당장 어떤 주제를 정하여 일관된 흐름으로 쓰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기존과 같이 매거진 형태로 주제는 생각나는 대로 포착하여 발행한다 쳐도 오래 생각하고 오래 퇴고하여 정제된 글을 쓸 것인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생각나는 대로 많은 글을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갈등한다고 정제된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또한 많이 쓰는 걸 선택한다고 많이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매거진이 잡지이고, 여기에도 '잡(雜)'이 들어간다. 잡지는 다양한 내용의 글을 실은 출판물을 말한다. 나도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  앞으로도 신변잡기적인 다양한 글을 쓰면 된다.


괜히 주제넘게 고퀄리티 글만 좇다가는 아예 글을 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잘하고픈 욕심과 그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때로는 낯부끄러워도 스스로에게 칭찬도 하면서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


결국 무의미한 고민만 늘어놓은 셈이 됐지만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고민이 나를 작게나마 성장시킬 거란 믿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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