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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25. 2022

쓰다 만 댓글

작은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브런치 글을 쓰다가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을 잊어버렸다. 어느새 학원 끝나는 시간에서 5분이 지났다. 혼이 빠진 와중에도 아이 간식거리를 챙겨서 미친 듯이 뛰어갔다. 아이는 왜 이리 늦게 데리러 왔냐고 눈을 흘긴다. 미안하다는데도 왜 늦었냐고 몇 번씩 묻는다. 배고파하는 아이에게 작은 마들렌과 우유를 먹였다. 미술학원에 가려는데 아이의 마스크 줄이 끊어졌다. 부랴부랴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서 씌워 들여보냈다.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를 산다. 2천 원 할인 쿠폰이 있어 잊지 않고 내민다.

"이건 3만 원 이상 사야 쓰실 수 있는데요. 지금 26,830원이에요."

아아... 3,170원만 더 고르면 되는데 내 뒤로 줄은 엄청 길게 서 있다. 이 물건을 취소하고 3,170원을 추가로 담으러 갈 엄두가 안 난다. 쿠폰은 다음 기회에 쓰기로 하고 이번은 그냥 넘어간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난 후에 무거운 장바구니까지 들고 오니 지친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론 '아까 쓰다 만 글은 어떻게 이어 볼까? 소제목 없이 쭉 가는 게 좋을까, 중간중간 소제목을 붙이는 게 좋을까? 나한테만 재미있는 글일까, 다른 사람에게도 흥미가 있는 글이 될까?'란 생각을 한다.  


장 본 것을 냉장고에 넣고 노트북 앞에 앉으니 내가 쓰다 만 댓글이 보인다. 아까 다급하게 뛰쳐나가던 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글이든 댓글이든 필(Feel) 받을 때 쭉 써야 하는데 맥이 끊기니 힘도 빠진다.


집엔 개켜야 하는 빨래가 산더미다. 저걸 외면하고 짬짬이 글을 쓰겠다며 노트북 앞에 매달렸지만 글을 완성하지 못했다. 쓰다 만 댓글처럼 뭔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하루였지만 재활용 쓰레기만은 잊지 않고 버렸다. 그거면 됐어. 나 자신을 칭찬해.


알람이 울린다. 아이 미술학원 끝날 시간이다. 이번엔 늦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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