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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29. 2022

밤에 핸드폰 보시나요?

민들레 꽃씨가 눈처럼 휘날린다. 알러지의 계절이다. 큰 아이는 알러지 때문에 봄이 가장 싫단다. 매일 밤 간지러운 눈을 비비느라 흰자는 충혈되고 눈꺼풀은 부어오른다.


아이를 데리고 안과에 갔다. 우리 동네 안과에는 환자가 많아서 한 시간 대기가 기본이다. 내가 먼저 가서 접수를 하고 아이는 학원 끝나고 오기로 하였다. 병원에 간 김에 나도 접수하였다.


요즘 눈이 많이 뻑뻑했다. 따끔하고 건조하고 때로는 시야가 뿌옇게 보일 때도 있었다. 좋았던 시력도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뉴스를 보니 눈 질환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온다. 젊은 사람들에게 백내장, 녹내장 등 심각한 질환이 은근히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눈이 아픈데도 안질환에 대해 검색하느라 또 눈을 썼다.


'나 혹시 심각한 병 아닐까? 책 보고 TV도 보고 브런치에 글도 써야 하는데!'

집에 있는 인공눈물을 넣으면서 근근이 버텼다. 그나마도 귀찮음 병 때문에 인공눈물을 웬만해선 넣지 않는다. 눈이 건조하다 못해 빡빡거리게 아프다 싶을 때에서야 허둥대며 인공눈물을 넣었다.


나를 위해 일부러 병원 가는 것은 어려우니까 아이 병원에 간 김에 나도 눈 검사를 하기로 하였다. 시력 검사를 하고 바람 나오는 검사와 번쩍 불빛이 나오는 검사를 했다. 요즘 안과에 알러지 환자가 많아서 오래 대기해야 한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접수하고 거의 두 시간 만에 진료를 봤다.


"라식 하셨다고요? 언제 하셨죠?"

"10년 넘었어요."

"시력은 양쪽 다 1.0으로 좋고 잘 유지하고 있어요. 눈 상태도 아주 깨끗하고 좋아요."

"아, 그런데 제가 요새 눈이 뻑뻑하고 건조하고 잘 안 보이는 듯할 때가 있는데요."

"밤에 핸드폰 보시나요?"

"네."

"핸드폰 보지 마세요. 마흔 넘으면 눈이 초점이 안 맞기 시작하거든요. 핸드폰 보면 심해지니까 보지 마세요."


검사와 진료비로 2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오면서 큰 질환이 아니라니 다행이면서도 괜히 돈과 시간을 버린 느낌이었다. 핸드폰을 보느라 눈이 아파지는 걸 알면서도 눈이 아파지는 원인을 찾겠다고 또다시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아이러니를 이참에 끊을 수 있을지.  


눈에 좋다는 초록색 산과 나무를 바라본다. 최대한 멀리, 넓게 보려고 애써 본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브런치가 눈 건강엔 독인 거 같단 말이지.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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