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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08. 2022

너와 함께 탄 롤러코스터

건이야,

지난 일요일은 우리 식구가 어린이대공원으로 소풍을 간 날이었어. 목요일엔가 규가 도시락 싸서 소풍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일요일 아침 엄마는 유부초밥을 만들었고 부랴부랴 어린이대공원으로 출발했지.


어린이대공원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을 수 있는 잔디를 비롯하여 놀이공원, 동물원, 식물원 등 놀거리가 다양한데 심지어 입장료도 없으니 소풍 장소로 제격인 것 같아.


작년은 코로나가 심할 때라 놀이공원 입장 인원을 제한하여 놀이공원 입구 바깥까지 줄이 엄청나게 늘어져 있었지. 그때 놀이기구 다섯 개를 탈 수 있는 'Big 5' 티켓을 샀지만 놀이기구는 달랑 하나만 타고 뛰쳐나왔던 기억이 나네. 사람에 치여, 줄에 치여 있다 보니 이건 소풍이 아니라 고행길 같았지. 게다가 배가 고픈데 돗자리를 깔고 앉을 데도 없었어. 그래서 과감히 남은 티켓을 포기했지. 한 번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이번엔 놀이기구를 실컷 타게 해 주려고 너희 티켓은 자유이용권으로, 엄마 티켓은 'Big 3'로 샀단다. 아빠 티켓은? 아빠 건 당연히 안 샀지. 아빠는 놀이기구를 싫어하니까.



엄마는 아빠랑 연애하면서 아빠가 놀이기구를 싫어하는지 몰랐어. 롯데월드며 에버랜드에 같이 간 적이 있지만 아빠는 싫은 내색이 없었거든. 엄마랑 아빠가 평일 아침 일찍 에버랜드에 간 게 기억나네. 그때 아빠는 운전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운전이 익숙하지 않을 땐데 나름 용기를 내서 에버랜드에 갔던 거 같아. 'T 익스프레스'라는 엄청난 롤러코스터가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마침 줄이 하나도 없더라고. '이게 웬 떡이냐.' 싶어 'T 익스프레스'부터 탔지. 정말 짜릿하더라. 내렸는데도 줄이 짧아서 한 번 더 탔어. 이런 재미나는 롤러코스터를 대기 없이 타다니 엄마는 너무너무 신났어. 연달아 세 번을 타고 싶어서 아빠한테 "한 번 더 타자!" 했더니 아빠가 그만 타자고 하더라. 그제야 알았어, 아빠가 롤러코스터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롤러코스터를 연달아 두 번 탄 것도 사랑의 힘이었나 봐, 알고 보니.   

에버랜드 T 익스프레스 (출처: 나무위키)


엄마가 눈치 없기는 롤러코스터를 처음 탔을 때부터 시작됐던 거 같네. 엄마는 4학년인가 5학년에 처음으로 롯데월드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봤어. 엄마랑 동생과 함께였지. (너에게는 외할머니와 이모 말이야.) 외할아버지는 일하느라 못 오셨고 방학이라 외할머니와 엄마, 이모 이렇게 서울에 올라왔었어. 우린 셋이었기 때문에 롤러코스터 앞칸에 외할머니와 이모가 앉았고 엄마는 뒤칸에 앉았어. 외할머니는 어마 혼자서 괜찮겠냐고 걱정하셨지만 엄만 아무렇지도 않았어. 어차피 몇 분 후면 만날 거니까.


'프렌치 레볼루션'이라는 이름을 가진 롤러코스터가 시작되었지. 털털털털 올라가서 긴장감을 주더니 휘유웅 내려와서 빙글빙글 돌았다가 또 내려가는데 몸과 마음이 붕붕 뜨는 느낌이었어. 와, 이 세상에 이런 재미난 게 있었다니! 기다림에 비해 탑승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지만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더라고. 롤러코스터에서 내리자마자 엄마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외쳤어.

"한 번 더 타자!"

그러나 외할머니는 "너나 타!"라고 외치셨지. 아니, 이 재밌는 걸 타고 왜 저러시나? 그제야 자세히 보니 이모는 울고 있었고 외할머니는 울기 일보 직전이었더라고. 외할머니는 본인도 무서운데 옆에 앉은 작은 딸 손 잡아주랴, 혼자 탄 큰 딸 걱정하랴 제정신이 아니셨던 거 같아. 그렇게 내렸는데 눈치 없는 큰 딸이 '한 번 더'를 외치니 성질이 뻗치셨던 거지.  



그렇게 좋아하던 롤러코스터였지만 엄마도 14년 전에 아빠랑 에버랜드에서 타본 게 마지막이란다. 빨리 건이가 커서 같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기를 바랐지.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우리 건이가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네.

작년까진 키 제한에 걸려 탈 수 없었는데, 이제 130cm를 넘어서 당당히 탈 수 있었어. 키 제한을 넘긴 걸 축하해. 그리고 두려움을 극복한 것도. 그동안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어 하면서도 과연 탈 수 있을지 많이 두려워했잖아. 규는 아빠한테 보내고 엄마랑 둘이 롤러코스터 줄을 기다리면서도 몇 번이나 "내가 탈 수 있을까? 그냥 타지 말까?"라고 얘기했지. 우리의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엄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요."라고 했고. 너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엄마도 떨렸어. 너무 오랜만에 롤러코스터를 타려니 말이야.  


드디어 롤러코스터를 탔어. 탈탈탈탈 위로 올라가고 내려가기 직전에 건이가 "소리 질러도 돼요?"라고 했고 엄마는 "당연하지! 이런 데선 소리 지르는 거야. 소리 질러!! 꺄악~"이라고 했지. 어린이대공원의 롤러코스터인 '패미리 코스타'는 360도 회전하는 구간은 없어도 충분히 스릴 넘치고 재미가 있더라. 건이는 엄마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다 타고나서 "한 번 더 타고 싶다!"를 외쳤어.

어린이대공원 패미리 코스타

  

많은 친구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봤다고 자랑할 때 건이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은 아마 부러움 반, 궁금한 반이었겠지? 이제 당당히 얘기하렴. 나도 롤러코스터 타봤다!


사실 롤러코스터를 꼭 타야 하는 건 아니야. 아빠처럼 놀이기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번에 도전하면서 네가 느꼈던 두려움과 해냈다는 뿌듯함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땐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걸 이겨내면 한 단계 성장하니까.  

앞으로도 엄마의 좋은 '롤러코스터 메이트'가 되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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