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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y 27. 2022

아이에게 사과하기

저녁은 김밥을 사다 먹기로 했다. 오전부터 미술 전시회를 가겠다고 힘을 너무 뺐던 탓일까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다. 


학원에서 나온 작은 아이와 단골 김밥집에 간다. 옆 아파트 상가에 있는 김밥집인데, 그 집 꼬마김밥은 아무 김밥이나 안 먹는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둘 다 좋아한다.


"나 놀이터에서 놀아도 돼?"

아이가 묻길래 김밥 사고 형 학원 끝나기 전까지만 놀라고 했다. 저녁이 되었지만 날이 밝기 때문에 놀이터에 대한 아이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놀이터에 아는 친구가 없다고 "나 누구랑 놀아?" 하던 아이는 어느새 친구를 사귀어 술래잡기 놀이를 한다. 학원이 끝난 큰 아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여기로 올래? 집에 가 있을래?"

"집에 가 있을게요."

큰 아이는 집에 혼자 가서 쉬고 있겠단다.


이제 작은 아이를 달래서 집에 가야 한다. 바로 데려가면 반발이 심할 것이므로 "5분 후에 집에 가자!"라고 한다. 내 딴에는 마음의 준비 시간을 준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겐 통하지 않는다.

"왜 5분 후에 가?"

"어? 형도 끝났다고 집에 가서 저녁 먹어야지."

"싫어. 더 놀래."


그렇게 아이는 10분을 더 놀았다.

"이제 진짜 가자."

"싫어. 안 갈래. 더 놀 거야."

"5분 후에 진짜 가자. 딱 5분!"

대답도 안 하고 신나게 놀던 아이는 미끄럼에서 황급하게 내려오려다가 무릎을 미끄럼에 꽝 부딪혔다.

"아파! 무릎 아파!"

바지를 걷어 보니 상처는 없고 살짝 빨개졌다. 저리 아프다고 하는 걸 보니 멍은 좀 들 것 같다. 무릎을 문질러주니 아프다고 만지지 말란다.


조금 지켜보다가 이젠 정말 집에 가자며 일어났지만 아이는 미끄럼에 계속 앉아서 제 무릎만 쳐다본다. 나는 아이가 세워놓은 킥보드를 가지러 가면서 "으휴, 그러길래 가잘 때 가지. 더 논다 해서 이렇게 다치고."라며 궁시렁댔다.


아이는 마지못해 일어서더니 절뚝거리며 걷는다.

"엄마,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다칠 걸 미리 알 수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자기가 다칠 걸 미리 아는 사람이 있냐고?"

"미리 아는 사람은 없지."

"근데 왜 한숨 쉬어?"

"엄마가 언제 한숨을 쉬었어?"

"아까 내가 집에 안 가고 더 놀아서 다쳤다고 한숨 쉬었잖아. 나는 내가 다칠 줄 알았냐고. 모르니까 논 건데 왜 그걸로 뭐라고 해?"


아, 그러고 보니 아이가 다친 건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도 순간 올라오는 짜증을 아이에게 내고 말았다. 설령 짜증 나는 내 마음까진 막을 수 없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해야 하는 얘기를 표정과 말에 담아 다 표출하였고 그걸 아이가 포착한 것이다.

"그렇네. 규가 다친 건 규의 잘못이 아닌데 엄마가 한숨 쉬고, 집에 안 가고 노느라 다쳤다고 말해 버렸네.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더니 아이의 마음이 풀렸는지 바로 조잘조잘댄다.

"근데 상처 나면 약 바르고 밴드 붙이는데 멍은 왜 그렇게 안 하지? 멍은 왜 속이 빨개지는 거야?"


오늘도 아이에게 하나를 배운다. 엄마도 인간인지라 감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지만 그게 너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사람마다 거슬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작은 아이가 자주 아프다고 하는 것이 엄살 같아서 짜증이 날 때가 많다. 이런 감정을 잘 다스리고 걸러서 아이를 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어몽어스 흉내내는 아이(좌), 게임 캐릭터 어몽어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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