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얻은 자유 시간

by JOO

아이들이 모처럼 일찍 등교하였다. 학교에서 3일간 열리는 버스킹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4~6학년 학생들 중 악기 연주나 춤, 노래 등 공연을 하고 싶은 지원자들이 운동장 조회대에서 공연을 하는 행사다.


"지금 가면 너무 빠르지 않을까?"

8시 15분에 가방을 메며 아이들이 말한다.


"아니야. 8시 30분부터 시작이라며. 지금 가야 교실에 가방 먼저 놓고 보러 가지."

나는 이른 시간이 아니고 적당한 시간이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서둘러 내보냈다.


"규야, 교실에 가방 놓고 너희 교실 앞에서 기다려. 그럼 형이 가방 교실에 놓고 너네 교실 앞으로 갈게. 같이 보러 가자."

듬직한 큰아이 건이의 말에 안심이 된다.


그리고 맞이한 나의 자유 시간. 내가 작은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오는 시간까지 따지면 평소보다 40~45분은 자유시간을 더 얻은 셈이다. 기분이 찢어지게 좋다. 오늘부터 작은아이는 1교시 단축수업을 해서 평소보다 40분 일찍 끝난다. 그런데 아침에 40분을 얻었으니 보상받은 느낌이다.


기분 좋게 작은아이가 남긴 밥을 먹고 나서 (나는 평소에는 애들이 남긴 밥은 잘 안 먹거나 먹어도 '기분 나쁘게' 먹는다.) 싱크대에 그릇을 담그려는데 뭔가 싸하다.

이게 뭐지? 네가 왜 거기 있어?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급식 수저와 물통!


으아! 망했다.


지난번에도 급식용 수저와 물통을 안 싸줘서 아이들 교실까지 갖다줬는데... 그때는 작은 아이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급식통 안 넣어준 걸 발견하여 9시 넘어서 1교시 시작하고 갖다 줬다. 수업하다 복도로 나오신 선생님께 받은 눈총이 어찌나 따가웠는지. (다행히 영상으로 안전 교육하던 시간이라 아이들에게 발각되지는 않았다.) 학부모가 되어도 선생님은 무섭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수저와 물통을 싸서 밖으로 나왔다. 큰아이에게 전화했다.

"엄마 왜요?"

"응. 어디야?"

"교실이죠. 급식통 안 싸줬죠?"

"응. 쪽문으로 나와. 엄마 금방 갈게."

급식 가방을 손목에 걸고 냅다 달렸다. 슬리퍼를 신고도 참 잘 달린다. 내가 이렇게 빠른 사람이었구나.


"엄마, 어디예요?"

"응, 지금 **중학교 지났어."

"곧 버스킹 시작이에요."

"거의 다 왔어. 헥헥."


저 멀리 우리 아이 둘이 보인다. 이 와중에 둘이 손잡고 있는 모습이 왜 이리 귀엽냐.

"얘들아!"

작은아이가 가자미눈으로 째려보며 말한다.

"엄마! 요즘 실수가 왜 이리 많아?"

"미안!"


아이들한테는 학교 가기 전날에 미리 가방을 싸라고 강조한다. 아침엔 정신 없고 놓치는 게 많으니 전날에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함이다. 나 역시 급식통을 전날 저녁에 넣어주곤 했다. 그런데 어제는 대체 왜 안 넣어줬는지 모를 일이다.


그 덕분에 아침부터 땀범벅으로 전력 질주를 하고 아이들의 눈총을 받았다. 모처럼 덤으로 얻은 자유 시간 30분도 날렸다. 그래도 아이들이 일찍 등교해준 덕분에 교문 밖에서 아이들에게 급식통을 전달해 줄 수 있어서 선생님의 눈총은 받지 않아도 되었다.


샤워하고 아이스 라떼 한잔을 하며 글을 쓰니 후들거리는 다리마저 즐겁다.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