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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09. 2022

지금 당근 하러 갑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이다. 어제는 곳곳이 침수되어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마음이 무겁고 심란하다. 그래도 내일은 여행 떠나는 날이라 짐을 싸야 한다. 짐을 챙기다 보니 더욱 심란하다. 여행에 싸갈 작은 아이 마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어제 작은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마스크 없어. 다 떨어졌어."

"그걸 진작 말했어야지, 이제야 말하면 어떡해? 딴 마스크 써."

"으아! 안 돼!!! 난 이 마스크만 잘 맞는단 말이야."


까다로운 작은 아이는 쓰는 마스크만 쓴다. 게다가 어찌나 깔끔한지 외출 한 번 할 때마다 새 마스크를 쓴다. 하루에 두세 개 사용은 기본이다. 위생 관념이 철저하다. 경제관념은 많이 떨어지지만.


큰 아이처럼 마스크가 몇 개 안 남은 시점에 미리 말해 주면 좋으련만 작은 아이는 마스크가 몇 개 안 남았어도 아~무 생각이 없다가 뒤늦게 이런다. 내가 재고 관리 담당은 아니지만 (맞는 듯?) 잔여 수량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나 역시 방심했다. 어제 부랴부랴 마스크를 주문했지만 택배 배송 시간을 고려할 때 내일 오전까지 받기는 어렵다.


오늘 짐을 싸다가 쿠팡 로켓 배송을 찾아보니 같은 종류의 마스크가 없다. 마스크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여 짐을 쌀 수가 없다.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더니 영감이 떠올랐다.

그래, 당근에 혹시 있는지 찾아보자!

있다! 내가 찾는 마스크가 현재 판매 중이다. 아이한테 작아서 판매하신다고 한다.


지금 구매 가능한가요?

, 가능합니다.


우리 집에서 택시로 20분 거리이다. 아이들이 학원 간 사이에 사 갖고 오려고 당근 채팅과 동시에 바로 출발했다. 차창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출발할 때보다는 약해졌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기사님이 비 맞지 말라고 지하 주차장까지 들어가서 세워 주셨다.


판매자의 아파트 1층에서 마스크를 받아 들고 돈을 건네드렸다.

"급하게 필요하신가 봐요?"

"네. 내일 여행 가야 하는데 마스크가 떨어져서요. 감사합니다."


20초 만에 '쿨 거래'를 한 후 밖으로 나왔다. 택시에 있을 땐 약했던 빗줄기가 갑자기 거세졌다. 왜 내가 나가니 빗줄기가 세지는지? 낯선 동네의 아파트이지만 '그까이것' 대강 걸으면 아파트 입구가 나오겠지 싶어 걸었는데 계속 울타리로 막혀 있다. 결국 동네 주민에게 입구를 물어 정문에 나가서 택시를 잡았다. 길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하였다.


택시를 타고 우리 집 근처로 오니 마침 작은 아이가 학원 버스에서 내릴 시간이다. 시간 맞춰 잘 와서 다행이다.


"엄마, 손에 든 건 뭐야?"

엄마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아이 마스크를 사 갖고 와서 마음이 가볍다.



+ 낮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오늘 밤은 모두 더 이상 비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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