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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14. 2022

다낭 여행기

3년 전 여름

SNS에서 '과거의 오늘' 기록을 보여주길래 2019년에 썼던 베트남 다낭 여행기를 올려 봅니다.




1. 신차오 베트남


내가 베트남이란 나라에 대해 처음 접한 건 '씨클로'라는 영화에서였다. 2000년대 초반에 라디오헤드의 크립이 삽입된 영화로 유명했는데, 실상 영화는 드럽게도 재미가 없었지만 베트남 모자(농라)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장면만은 인상 깊었다.


한 20년 잊고 있던 그 장면을 리조트 수영장에서 음료를 배달하는 직원들 모습으로 보자니 반갑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자전거 타기 달인

한 손으로 쟁반 들고 한 손으로만 자전거 균형을 잡는 모습이 기예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칵테일 잔은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컵이다. 칵테일이란 비주얼도 중요하건만.. 컵으로 일단 시각적 즐거움을 얻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풀바에서 시켜먹은 모히또와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는 밍밍하기 그지없었다.

비주얼 실패 칵테일


2. 수영 지옥


다낭은 날씨가 참 좋았다. 해는 쨍쨍하지만 습도가 낮아서 쾌적한 편이었다.

4박 5일 동안 파란 하늘은 실컷 보고 왔다.

다만 다낭은 에어컨을 잘 켜지 않거나 약하게 튼다는 블로거들의 이야기처럼 호텔 로비나 호텔 식당, 키즈룸 등은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방콕이나 싱가포르에서처럼 수영하다가 식당이나 화장실에 들어가서 느꼈던 에어컨의 한기를 다낭에선 느끼지 않아도 돼서 좋은 면도 있었다. (아이들은 수영하다가 센 에어컨 바람을 쐬면 금방 추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묵은 하얏트 리젠시 호텔은 수영장이 넓고 많고, 유아 수영장엔 모래놀이터가 붙어 있었으며  모래놀이 장난감도 지천에 널려 있었다.

그 덕에 우리 가족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영 지옥에 빠졌다. 쨍쨍한 햇빛 덕에 피부는 구릿빛 피부를 넘어서 까맣디 까만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루 종일 수영을 하니 당연히 점심은 수영장에서 먹었다. (썬베드 및 수영장 안 식당)

나는 저녁은, 저녁만은 외식을 하고자 하였으나 수영 후의 피로와 2시간 시차 때문에 아이들은 저녁에 일찍 잠이 들거나 방에서 먹길 고집하였다.

자존심 상하게 4일 연속 저녁을 룸서비스로 시켜 먹었다.

한 3일째 돼서 난 이제 호텔 밖에 나가는 건 포기하고 제발 호텔 안에 있는 식당에 걸어가서라도 먹자고 애원했으나 집돌이 삼부자한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름 휴가 요약: 호텔 감금 수준의 럭셔리 호캉스를 제대로 즐겼다.


3. 그럴 싸한 놀이공원 아시아 파크


다낭을 가면 인근 도시인 호이안 또는 후에까지 관광한다고 하지만, 난 아이들 때문에 애초에 호이안과 후에 가는 것은 포기하였다.

그 대신에 마지막 날 놀이공원인 아시아 파크에 다녀왔다. 아시아 파크는 오후 3시~10시에 문을 열어서 오전에 수영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 천천히 출발했다.

블로거들이 아시아 파크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고 많이 써놨길래 진짜 작고 허접한 곳인 줄 알았더니!

꽤 크고 깔끔하고 좋은 놀이공원이었다. (다 둘러보진 못함)

강렬한 햇볕에 눈을 뜰 수 없다

4시에 입장을 하니 그늘 하나 없는 환경에서 불타는 듯한 뙤약볕에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우린 재빨리 오아시스(실내 놀이존)를 찾아 들어갔다. 이곳도 시원하진 않았으나, 여기는 눈 돌아가는 대형 오락실이었다!

애기들이 타는 오토바이, 자동차 등부터 농구, 축구 게임, 총쏘기 게임, 댄스 등등 없는 게 없이 현란하고 시끄러운 게임들이 널려 있는데 따로 돈을 넣지 않고도 그냥 이용할 수 있었다!

그 덕에 큰 아이는 영혼이 팔렸고.. 아빠도 영혼을 팔고 싶은데 자제하는 느낌이었다.


암튼 여기서 1시간 반 때우고 밖으로 나오니 타들어가는 햇볕이 다소 나아져서 모노레일을 탔다. 그러나 모노레일도 너무 더워.

그러다 보니 금세 저녁 6시. 난 마음이 급해졌다. 지난 며칠간 애들은 한국 시간 기준으로 9시~10시, 다낭 시간 저녁 7시~8시면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에.

놀이기구의 운영 시간대가 다 달라서 급한 대로 운영하고 있는 놀이기구를 찾아 탔다.

빙글빙글 멀미 나게 도는 자동차 놀이기구랑 회전목마만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놀이공원의 반의 반의 반도 돌지 못한 채.. ㅠㅠ

작은 아이는 저녁도 굶고 택시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아시아 파크는 입장료도 싸고 (어른 8천 원, 어린이 5천 원쯤) 놀이기구의 대기줄이 없어서 바로바로 타는데, 오픈 시간이 늦어서 놀이기구를 얼마 못 타고 나오는 게 아쉽다. 그렇다고 3시부터 바로 놀이기구를 탈 수도 없고..(진짜 타들어갈 것 같았다. 하긴 저녁에 해가 져도 엄청 더웠다.)

아이들 어릴 땐 회전목마가 제일


4. See you Danang!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애들 데리고는 호캉스가 최고이다. 호캉스에 중요한 건 날씨! 너무 덥고 뜨거웠지만 그래서 수영도 실컷 하고 파란 하늘을 보며 쉴 수 있었다.

오후 늦게 혹은 저녁에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소나기가 오긴 했지만 방에서 쉬는 시간이라 괜찮았다.


베트남 음식도 비록 호텔에서만 먹었지만 국물 쌀국수, 분짜, 미꽝 다 맛있었다!

다음에 다낭에 또 갈 기회가 있으면 호텔 밖 식당에 갔으면 좋겠다..(제발ㅋㅋ)

또 봐요 다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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