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Joo절Joo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Aug 31. 2022

굳이 왜 글쓰기?

작년 가을, 아이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꿈이 뭐야?"

"글쎄, 엄마의 꿈은 책 한 권 는 거."


때마침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려고 브런치에 글을 몇 편 쓰던 시기였는데, 아이에게 급습을 당해 얼결에 내뱉은 말에 갑자기 간절해졌다. 내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있었으면...

아니, 일단 책은 됐고 브런치 작가라도 제발!


나는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지도 않고 특별한 직업이나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으니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대부분이 평범한 보통 사람인데 보통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안 기울이면 어쩔 텐가, 브런치?'라면서 괜한 반발심도 가졌다. 신청도 하기 전에 지레짐작으로 그랬던 것이다. 다행히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어 브런치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나는 브런치에서도 구독자나 조회 수가 폭발하는 셀럽 작가가 아닌, 보통 사람이다. 그냥저냥 그럭저럭 근근이 쓰며 산다. 약 10개월을 걸어온 이 시점에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정말 책을 내고 싶은가? 책을 내지 않는다면 쓸 이유가 없는가?


6하 원칙에 의거하여 쓰기로 한다. '누가'는 어차피 '내가'니까 생략하기로 한다. (6하 원칙이 갑자기 떠올랐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이세정 작가님이 먼저 '무엇을, 어떻게, 왜' 쓰는지에 대해 쓰셨다. 나는 이제 와서 써놓은 글을 지울 수는 없으니 그냥 Go 한다.)



언제?


써야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올라오면 쓴다. 글감이 떠올랐을 때 단번에 써야 글을 완성할 수 있다. 글감이 떠올랐지만 바로 쓸 수 없을 때는 핸드폰에 메모해두기도 하지만, 영감이 지나간 후에 글감 쪼가리에 살점을 붙여 쓰는 것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영감이 떠오를 때 시간이 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나의 현 방식으로는 롱런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 때문에 글감을 모으고 모아놓은 글감 중 글로 써보는 연습도 하려고 계획 중이다.

(1주일에 두 편 이상씩 3개월 동안 쓰는 라라크루에서의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어디서?


주로 집에서 쓴다. 남편과 아이들이 없으면 식탁에서 쓰고, 남편이나 아이들이 있으면 안방 화장대에서 쓴다. 사실 그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지만, 누가 옆에 있으면 괜히 의식되어 못 쓴다.


가끔 카페에 가서 쓸 때도 있다. 확실히 카페에서는 독서와 글쓰기가 잘 된다. 집에서는 살림이 눈에 거슬려 독서와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데 카페에서는 잡다구리 살림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기분 좋게 읽고 쓸 수 있다. 다만, 휴직자가 되면서 가계 수입이 반토막이 나다 보니 카페를 자유로이 가기는 꺼려진다. 평일 카페에서의 여유를 기대하며 휴직했는데, 직장을 다닐 땐 시간이 없고 휴직을 하니 돈이 없는 아이러니에 헛웃음이 나온다.


무엇을?


거창한 얘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기록을 쓴다. '이게 글이 되나?' 싶은 자잘한 소재들이지만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글쓰기의 기쁨이자 인생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글 쓸 내용을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정리한 후 노트북에서 쓴다. 나 같은 경우는 브런치에 직접 쓴다. 이상하게 한글(hwp) 프로그램을 열면 대학 때 리포트 쓰던 악몽이 떠오르고 워드(word) 프로그램을 열면 일하는 느낌이 들어 영 쓰기가 어렵다.


노트북이 없는데 강렬하게 쓰고 싶을 땐 핸드폰으로 쓴다. 이 역시 브런치에 직접 쓴다. 브런치는 모바일과 웹이 잘 호환되니 편리하다. 다만 핸드폰 자판으로 치려니 타자 속도가 생각에 비해 느려서 답답하여 이웃 작가님들이 사용한다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입할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왜?


'나는 왜 쓰는가?'를 찾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아직 시원한 이유를 찾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첫째, 글로써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다. 실제로 말이 많다는 건 아니지만, 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상에서 지나치기 싫은 이야깃거리들을 쓰고 싶다.

예전에, 작가가 되려면 등단밖에 길이 없던 시절에는 등단을 하거나,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그런 시절에는 내가 글을 쓴들 내 이야기를 누가, 어떻게 볼 수 있었겠는가? 그때는 쓸 수 있는 매체가 일기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브런치나 블로그 등 개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체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둘째, 글을 통해 재미와 공감을 주고 싶다.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누군가가 웃어 주거나, 고개를 끄덕여 줬으면 좋겠다. 때로는 잔잔한 감동도 주고 싶다.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얻는 생기와 자극이 좋다. 브런치 글의 댓글이 그런 면에서 큰 힘이 된다.

때로는 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에 빠져 일기장에나 적합한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독자 입장에서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계속 고민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셋째, 글을 쓰다 보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어떤 기회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글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당장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쓰는 행위는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넷째,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인 듯한데, 글쓰기가 주는 감정적 순기능이 크다. 글 한 편을 쓰고 나면 - 비록 썩 맘에 드는 글이 아닐 때는 영 찜찜할 때도 있지만 - 성취감이 크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보람차다. 오늘 하루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화가 날 때, 마음이 답답할 때 글로 풀어내면 부정적인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특별한 나만의 이유는 없지만, 글을 계속 써야 하는 이유는 확실해졌다. 글쓰기는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행동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온전히, 내가 원해서, 나를 위해서 하는 글쓰기가 좋다. 나는 오늘도 '굳이'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웃기고 싶어서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