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바지를 입고 나간 사연
첫째, 감정이 움직일 때 글을 쓴다. 생애주기에 따라 감정이 더 짙은 채로 풍성해지는 순간이 있다. 좋을 때보다는 슬프거나 아쉬울 때, 괴롭거나 감정적으로 사무칠 때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은 내면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터뜨린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홀로 떠난 여행의 고충, 결혼 후 아내와 치른 크고 작은 전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글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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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내가 보기에 좋은 것, 남도 알았으면 싶은 걸 알릴 때 글을 쓴다. 써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알리려는 대상에 대한 내 생각이 온전히 정리되었는지 아닌지 말이다. ‘그냥 좋으니까’라고만 적어도 충분할 때도 있겠지만, 그 감정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살피다 보면 ‘내가 이걸 왜 좋아하진?’ ‘왜 굳이 글까지 써서 알리려고 하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 손현, <<글쓰기의 쓸모>> p. 8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