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걔네들은 다 어디 가 있을까? 비 피하는 데가 있겠지, 뭐."라고 대강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집이 튼튼한 사람들도 비에 안전하지 않은데 바깥에 사는 동물과 곤충들은 안전한 걸까.
맴맴맴맴.
며칠 내내 들이붓던 비가 그치자 거짓말처럼 매미 소리가 들린다.
오늘 아침까지 비가 왔고, 또 오후에도 비가 예정되어 있지만 그들은 그들의 할 일을 한다.
찌르르르.
우리도 여기 있다며 귀뚜라미 소리도 들린다.
모두 안전하구나.
기다려.
이 비가 지나면 해가 뜰 거야.
어제는 저희 가족의 여행 출발일이었습니다. 짐을 다 싸놓고 출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밤새 몸이 좋지 않았던 남편이 아침에 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코로나 확진이 나왔네요. 부랴부랴 호텔 일정을 변경하고 집콕 중입니다. 짐은 풀지도 않았어요. (어떻게 싼 짐인데!!!)
자칭 '예비 사춘기' 큰 아이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누워서 뒹굴뒹굴하고, 작은 아이는 클레이와 색종이로 만들기를 하다가 심심하다고 징징댑니다.
안방에서 격리하는 아빠가 보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이던 아이들은 줌(Zoom)으로 아빠와 화상 채팅을 했습니다. 저녁엔 남편이 쉬는 것 같아서 남편이 깨면 밥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자꾸 아빠 밥은 어떡하냐고, 언제 밥 넣어줄 거냐고 채근합니다. (효자 나셨어~ 아빠 밥 안 굶긴다, 이 녀석들아!)
여행 전이라 냉장고도 거진 비운 터라 부랴부랴 온라인 장을 봤습니다. 밥 걱정에서 며칠 해방되나 기대하였던 제 맘을 달래기 위해 컵밥을 잔뜩 시켰어요. 마침 이마트몰에서 2+1 행사를 해서 얼씨구나 하였죠.
남편이 많이 아프지 않고 빨리 낫기를, 그리고 저와 아이들이 안 걸리고 넘어가서 부디 여행을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도 목이 왠지 간질간질한데 기분 탓인지, 증상이 시작된 건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