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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l 27. 2022

인간의 '사소하고 하찮은 부분'에 대한 이해

면치기 or 면 끊기?

나혼자산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adgj1234zxc/222651905216)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에서 코드쿤스트(이하 코쿤)가 짜장면을 뚝 끊어 먹는 모습에 패널 일동이 경악하던 장면이 있었다. 코쿤이 평소에 워낙 먹는 게 없다가 (하루에 먹는 양이 고구마 1개, 바나나 2개) 음식다운 음식을 먹는 모습에 패널들도 기대했던 터였다. 그런데 코쿤이 짜장면을 입에 넣자마자 바로 끊어 버리니 전현무와 박나래는 면은 면치기를 해야지, 저렇게 면을 끊으면 어떡하냐고 입을 모아 말했고 코쿤은 "왜들 그리 화가 나 있어요?"라고 받아쳤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학 시절 MT를 갔을 때 라면을 먹는데 한 친구가 나를 보며 말했다.

"라면을 특이하게 먹네? 후루룩 안 먹고 조금씩 입에 넣어서 먹어?"

20년을 내가 라면을 어떻게 먹는지 모르고 살았는데, 그리고 남들이 어떻게 라면을 먹는지도 관심이 없었는데 그 한 마디에 개안(開眼)을 한 기분이었다. 나는 라면을 한 가닥씩 집어 입 속에 넣고 또 젓가락으로 끌어올려 먹었는데 남들은 한 번에 후루룩 빨아들여 먹는단다. '내가 먹는 방식이 이상한 건가?' 싶어서 그다음부터 몇 번 후루룩 먹으려고 시도하였으나, 국물도 튀고 딱히 편하지도 않아서 그냥 원래 먹던 방식으로 먹기로 하였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르구나.'



사소하고 하찮은 부분에 대한 이해


2004~2005년'킨키 키즈(Kinki Kids)'라는 남성 듀오가 진행하는 '신 도모토 쿄다이(新本兄弟, 신 도모토 형제)'라는 일본 토크쇼를 즐겨 봤다. (그들은 성이 '도모토'로 똑같아서 쇼프로 이름을 도모토 형제라 지은 것이 실제 형제는 아니다.)

신 도모토 쿄다이 (이미지 출처: 후지 테레비)

   

그 당시 우리나라의 토크쇼에서 다루는 질문이라고는 뻔했다. 연예인들의 첫사랑은 언제였는지, 첫 키스는 언제였는지,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질문들을 다른 방식으로 이 방송, 저 방송에서 다루곤 했다. 그런데 '도모토 쿄다이'에는 그런 질문 대신에 '사소하고 하찮은 질문'들로 방송이 채워졌다.

이를 테면 "신발은 왼쪽부터 신으세요, 오른쪽부터 신으세요?", "샤워할 땐 물을 틀어놓고 비누칠을 하는 편이에요, 물을 끄고 비누칠을 온몸에 한 다음에 싹 씻는 편이에요?",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지막으로 무슨 음식을 먹고 싶으세요?"와 같은 질문들이었다.

(본격적으로 토크하기 전에 게스트에게 짧은 시간에 답을 하도록 요하는 '일문일답'이라는 코너였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나는 이런 쓸데없는 '사소하고 하찮은' 질문과 답변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특히나 "저는 비누칠을 온몸에 다 하고 비누를 쏴아 하고 한 번에 씻어 버리는 걸 좋아해요."라는 답변을 들었을 때는 마음속으로 "그래! 그거잖아!"라고 외쳤다.


어릴 적 나는 동생과 샤워를 하면 꼭 티격태격했다. 내가 비누칠을 하고 있을 때 동생이 물을 튀기면 나는 "야! 물 튀기잖아."라고 소리치고 동생은 "어차피 씻을 건데 먼저 씻겨 내려가면 어때?"라고 반문했다. 그 말이 맞는데도 나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동생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데 반박은 못하면서도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온몸에 비누칠을 다 한 다음에 한 번에 싹 씻고 싶은데 왜 얘는 이해를 못 하나. 아니, 이해를 못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나 좀 놔두지.


'사소하고 하찮은' 이야기들은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질문을 들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유형인가?'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나와 다른 유형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타인을 이해하기도 하였다.



'사소하고 하찮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널 자유롭게 하리라


인간이 저마다 다름을 인정하면 덜 괴롭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래?" 하는 것보다 "저 사람은 저렇구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저 사람은 마늘을 좋아하는구나. 저 사람은 와사비를 못 먹는구나. 저 사람은 저녁보다는 아침에 샤워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저 사람은 전화보다는 카톡이나 메일을 좋아하는구나. 저 사람은 모르는 이에게 길을 물어볼 바에야 스스로 찾아가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저 사람은 당장 결정하는 것보다 결정을 살짝 미뤄두는 걸 선호하는구나.


물론 타인이 나와 다름을 인정한다고 해서 마찰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인이 나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하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덜 배척할 수 있다. 내가 '사소하고 하찮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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