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면 죽을 것 같았다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 글쓰기

by JOO

자기 일을 사랑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덕업일치(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가 되지 않을 바에는 일과 취미 생활을 분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터에서 돈을 벌고 퇴근 후 즐겁게 보내면 된다고.


문제는 퇴근하고 즐거울 시간이나 여력이 없었다. 허기진 상태에서 집에 와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아이들 숙제를 시키고 아이들을 재우면 하루가 끝이었다. 아이들보다 먼저 잠드는 날도 허다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불면의 밤을 많이 보냈다.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불면증까지는 아니었기데 '불멸의 밤'이라고 하겠다.) 불면의 밤에 내가 했던 일은 인터넷 뉴스나 TV를 하릴없이 보는 일뿐이었다. 회사 일 걱정이 되어 다른 걸 할 수가 없었다.


글은 작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쓰기 얼마 전부터 불면의 밤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재우며 같이 뻗어 자다가 새벽 1~2시면 어김없이 깼다. 자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처리하지 못한 회사 일이 떠올랐다. 억울한 일, 부당한 일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매일을 살며 '나는 불행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하며 나도 놀랐다. 번듯한 직장에, 사랑스러운 가족이 있는데도 불행하단 말이지? 이건 불행이 아니야,라고 되뇌어도 여전히 불행하다고 느꼈다.


20대 때 쓰던 노트북은 폐기한 지 오래다. 어차피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다 되는 세상 아니던가? 몇 년 전부터 나는 아이들의 성장 동영상을 스마트폰 앱으로 편집하곤 했는데, 작년에 제대로 영상 편집을 해보겠다며 남편이 여분으로 갖고 있던 노트북을 빌렸다. 불면의 밤마다 노트북으로 영상을 편집해보려고 애썼지만 수많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다운받아놓고도 사용법을 익히지 못해 포기했다. 며칠 동안 열심히 편집한 영상이 거대한 워터마크가 붙은 결과물로 나오면서 '에라! 안 해! 영상 편집은 그냥 핸드폰으로 해!'라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영상 편집보단 글이 낫겠어.'라며 남편에게 빌린 노트북으로 야금야금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주제에 글은 뭔 글이야?'라며 글 쓸 엄두를 못 내던 나의 비약적 발전이었다.


뭔가를 쓰니 살 것 같았다. 내가 만들어낸 소박한 결과물에 성취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또 슬펐다. 내가 쓴 고만고만한 글은 아무에게도 읽히지 못한 채 이렇게 묻히겠지.


더 슬퍼지지 않기 위해 브런치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안 슬프다. 브런치라는 매체를 통해 나는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누군가는 내 글을 읽어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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