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 글쓰기
유튜브에는 흥미 위주의 콘텐츠부터 유용한 콘텐츠까지 많은 볼거리가 있다. 그중에 드라마와 만화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채널을 발견하고 어느 날 문득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하면서 영어를 사용하지만 주로 이메일을 읽고 쓰는 정도이다. 다행히 서면으로 의사소통하는 정도기 때문에 영어 사전과 번역기를 총동원하면 어찌어찌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영어로 통화라도 해야 할 때, 또는 실제로 영어를 말하고 들어야 하는 자리에 서면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위축되곤 한다. 영어 학원 갈 시간도 없고, 별도로 시간을 내서 공부할 상황도 안 됐는데,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서 두어 문장 연습하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핵심 문장을 따라 읽고, 나름대로 노트까지 마련하여 문장도 썼다. (얼마 만의 필기인가!)
유튜브를 틀어놓고 영어 문장을 따라 읽는데 큰아이가 왔다.
"엄마, 뭐 해?"
"엄마 영어 공부해."
"엄마가 왜 공부를 해? 엄마 영어 잘하잖아."
'아, 애가 어려서 다행이다. 엄마에게 영어 울렁증이 있단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영어는 여행 가서 호텔 체크인하고 음식 주문하고 뭐 그런 정도지. 엄마도 영어 잘하는 편은 아니야. 엄마가 회사에서 일할 때 영어가 필요한데, 조금 더 공부할 필요가 있어서 한 번 해보려고."
나는 이번에야말로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오랜만에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매일 20분의 시간을 투자하였다. 그렇게 7일을 즐겁게 공부하고 나의 영어 공부는 유야무야 흐지부지 끝나 버렸다. 작심삼일도 계속하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는데, 나의 공부는 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1년 동안 200여 개의 글을 썼으니 ‘매일 쓰기’는 못했더라도 ‘격일 쓰기’ 정도는 되었으려나. 쓰지 않는 날도 어떤 걸 글감으로 쓸 수 있을지 일상을 관찰하며 사색하는 ‘글감 사냥꾼’이 되었으니, 이 정도면 글쓰기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서 나는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다. 일이 꼬이고 힘든 날, ‘내 인생은 왜 이래?’라며 깊은 나락으로 빠지기보다 ‘글감 나왔네’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먼지 같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 뭐라도 쓰면서 내가 사는 이유에 꾸역꾸역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에게 글쓰기 습관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서는 특별한 무언가다. 나는 재미보다는 의미가 중요한 사람인데 (재미도 중요하지만) 글을 통해 내 삶과 일상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이란 존재는 나약하여 한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형성해놓은 습관이 어느 날 갑자기 흐지부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꾸준히 어떤 일을 했다는 성공 경험은 앞으로 살아갈 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 게다가 아무나 발행하지 못하고 작가로 통과되어야 발행을 할 수 있는 브런치의 진입장벽 때문에 약이 올라서(?)라도 계속 써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