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글쓰기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 글쓰기

by JOO

아마추어 작가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나는 글을 쓰는 고정 장소가 없다. 굳이 고정 장소를 따지자면 방구석?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안방 화장대에 앉아서 글을 썼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볼까 봐 그랬다. 그리고 아이들이 혹여나 “우리 엄마 작가다!”라고 떠들고 다닐까 봐 부끄러워서 글 쓴다는 사실을 숨겼다.


아이들이 TV 보는 시간에 안방 화장대에 처박혀 노트북을 켜고 쓰고 싶은 내용을 휘리릭 썼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언제 아이들이 들이닥칠지 몰라 마음이 급했다. 등받이가 없는 스툴도 나를 방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오면, 공부 안 하고 딴짓하다 들킨 학생처럼 황급히 창을 내렸다.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을 것 같으면 아예 핸드폰으로 쓰기도 했다. 애들한테 엄마는 핸드폰을 붙잡고 사는 사람이므로 그 오명을 굳이 벗으려고 하기보다는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잠을 줄여 출근 전에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아침잠이 많다. 나로서는 이미 무리하여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므로 일단 지하철에 타면 무조건 잔다. 한숨 자고 일어나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일에 잠식당해 글을 쓸 상태가 아니다. 워커홀릭도 아닌데 머릿속에 온전히 일 생각뿐이다. 일에 심하게 파묻혔다 싶을 때 브런치 글을 틈틈이 읽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읽는 건 가능하다.


퇴근해서는 두 아들의 조잘대는 말을 듣느라 제정신이 아니다. 아이들의 저세상 텐션을 감당하기엔 내 에너지가 부족하다. 아이들은 어떻게 저렇게 쉬지 않고 말을 할까? 이미 많이 말하고 있는데 서로 말하겠단다. 서로 자기 말을 끊지 말란다. 엄마는 왜 대답을 안 하냐고 한다. 그리고 숙제와 양치, 목욕까지 시키면 잘 시간이다. 아이들을 재우면 내게 자유 시간이 주어지지만, 보통 아이들을 재우면서 같이 잔다. 내가 먼저 잠든 날도 많다.


지금은 휴직 중이라 노트북을 아예 주방 식탁에 올려놓았다.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 간 시간에 틈틈이 글을 쓰고 가족이 옆에 있을 때도 쓴다. 옛날엔 남편이나 아이들이 곁에 있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었는데 많이 뻔뻔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사실도 아이들에게 커밍아웃했는데 아이들은 그런가 보다 할 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작년에 숨어 쓰던 때를 생각해보니 지금은 얼마나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쓰는지 새삼 감사하게 된다. 방구석 글쓰기가 광명을 찾으면서 나의 행복 지수와 우리 가정 안정 지수가 올라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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