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럼프엔 끝이 없다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 글쓰기

by JOO

어떤 기간에는 신나게 글을 쓴다. ‘내 글 제법 재밌잖아!’라며 자아도취되는 날도 간혹 있다. 그러나 다른 멋진 글을 보면 흔들린다. 개인의 경험에 깊은 사유까지 덧붙여 인생의 진리를 전해주는 글을 읽으면 질투가 난다.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런 깊은 사유까지는 하지 못하는가! 독서량이 적어서일 수도 있고 경험이 풍부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사물과 현상을 받아들이는 게 덜 민감해서일 수도 있고 깊이 사유하기 전에 글을 써서일 수도 있다.


내 글이 별로라는 생각이 한 번씩 들 때면 글럼프(글+슬럼프)가 심하게 온다. ‘이렇게 써봤자 이런 글 누가 읽겠어?’ 한창 쓰고 싶을 때는 글감을 얻겠다고 촉수를 세우며 민감하게 세상을 바라보는데, 쓰고 싶지 않을 때는 세상을 보는 시각도 무뎌진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고 싶다고 한순간에 그게 실현될 게 아님을 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송충이가 갑자기 뽕잎을 먹으러 가면 이상하다. (사실 뽕잎도 먹나?) 그러니까 나는 아마 앞으로도 여태껏 써왔던 깊이가 얄팍한, 신변잡기의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괜히 주제넘게 고퀄리티 글만 좇다가는 아예 글을 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잘하고픈 욕심과 그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때로는 낯부끄러워도 스스로 칭찬도 하면서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 ‘쓰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상, 글럼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핵심은 ‘균형 잡기’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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