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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Nov 02. 2022

덜 괴로운 회사 생활을 위하여

이윤지, <<메타인지 대화법>>을 읽고

회사 생활이 왜 그리 힘들었을까 가끔 생각한다.

내가 문제였을까, 타인이 문제였을까, 회사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원래 회사 생활이란 그런 것일까.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회사에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 내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를 객관적으로 살펴본다면 나중에 복직해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회사 생활을 떠올리기만 해도 괴로움이 앞선다. 감정이 먼저 몰아치는 걸 보니 객관화하는 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최근에 이윤지 작가(이자 아나운서)의 <<메타인지 대화법>>을 읽었다. 나는 딱히 대화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자기 계발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야라 평소의 나라면 아마도 이 책을 대여하지 않았을 이다. 그러나 수호 작가님이 요즘 매일 인스타에 연재는 '작가가 사랑한 문장'에 소개되었던 책이라,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눈에 확 들어왔다. 이 책을 읽으며, 회사 생활이 힘들었던 이유 하나는 찾은 듯하다.  


자신을 향한 말에 버럭 하는 사람들은 ‘일’에 대한 질타를 ‘나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 p. 35
처음 일을 할 때 제가 그랬습니다. 일에 대한 지적을 받은 건데, 마치 저라는 사람의 ‘존재’를 해코지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방송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의견을 듣습니다. 헤어스타일, 의상, 표정, 어투 등에 대하여 사람마다 들려주는 조언도 다양합니다. 초년생 시절에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을 때마다 괴로웠습니다. 다들 나한테만 왜 이러는 건지 원망이 되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나’와 ‘일’을 분리하여 생각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 p. 36


나는 사회 초년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 일로 지적을 받을 때마다 나에 대한 지적이라 생각하여 힘들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당신에게 하는 지적과 조언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있는 A 씨에게 하는 말입니다. 어느 누구도 ‘당신’을 잘 알지 못합니다. 이윤 추구를 위해 모인 회사라는 일터에 있는 사람은 더욱 그러하며, 이곳은 일에 집중하는 곳입니다.

  회사의 이윤 추구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말들을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합니다. 그 속에서 프로페셔널한 말하기 선수가 되려면, 이러한 업무적인 말 하나하나에 크게 마음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 언어의 분위기나 나를 향한 태도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가 하는 말 속에 담긴 ‘요청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문제해결’을 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말 잘하는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 p. 37


'나'와 '일'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 아마도 잘 되지는 않을 테지만, 의식적으로 '나'와 '업무 담당자 A'를 분리하려고 노력해 본다면 좀 더 나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말에 화가 나서 흥분이 되면, 잠깐 멈추어 대화를 멀리서 바라보자.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분석해보는 것이다.
  "○○씨, 계약서가 너무 늦어지는데요. 빨리 좀 주세요."

  거래처 담당자가 퉁명스럽게 말한다. 이 말을 듣자마자 욱하고 화가 난다. 다시 상황을 바라본다. 남의 일을 보듯 영화 속 장면으로 치환해보니 이 문장에서 딱히 화가 날 요소는 없다. 일단 담당자가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말한 것이 아니며, ‘나’에게 말한 것도 아니다. 저 사람은 그냥 계약서 업무를 맡은 ‘회사원 A’에게 말한 것일 뿐이다. 저 사람은 나를 ‘타박’하려고 말한 것이 아니다. 막힌 일을 해결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일 뿐이다.
- p. 102~103
  궁극적인 목적지를 잃으면 사사로운 감정이 시시각각 올라온다. “우씨, 왜 나한테 난리야? 위에서 결재가 안 난 건데, 왜 나한테 짜증이냐고!”
  목적지 설정에 오류가 있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니, 굳이 갖지 않아도 될 ‘짜증’이라는 감정이 밀려온다. 이로써 나의 에너지는 불필요하게 소모되기 시작한다.
(중략)
 일터에서는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한 뒤 대화의 목적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조속한 일처리를 약속하는 말을 하면 된다.


일하면서 혈압 오르던 기억이 선명하다. 분노하며 쏟은 에너지만 줄여도 회사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듯하다. 과연 나는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상황을 객관화하는 메타인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배웠다고 실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나, 일단은 마음에 새겨본다.



한 줄 요약: 일할 때는 '나'와 '업무 담당자 A'를 분리하여 생각하고,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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