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놀러 와."
그는 자신의 학교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지난 번 그가 우리 동네에 왔던 그 코스 그대로 그의 학교에 가게 되었다. 지하철을 두어 번 갈아탄 후 좌석버스를 타고 그의 학교 앞에서 내렸다. 분명 먼 거리지만 그리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는 자신이 수업 듣는 건물과 기숙사 건물 등 학교 곳곳을 소개해 주고 학교 뺏지도 사주었다. 방학이라 학교에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학교 안을 걷다 보니 그의 선배나 친구를 마주치기도 했다.
같이 걷고 있을 때 그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가 뭐 하냐고 묻는 듯했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나? 못 생긴 애랑 데이트 중."이라고 했다.
'엄마랑 사이가 좋네.'
그는 어릴 적 전교 부회장이었다. 전교 회장단의 어머니들은 아무래도 자녀에 관심이 많고 교육열이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 그는 옷도 많이 신경 써서 입고 다녔었다.
어쨌든 나를 비록 '못 생긴 애'로 소개했지만 나를 만난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스스럼없이 말하는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있잖아,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 화살표가 한 쪽 방향으로만 가고 안 돌아올 수도 있잖아. 근데 화살표가 서로한테 향해 있는 건 진짜 신기하지 않아?"
나는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신기했기 때문에 그에게 말을 했다.
그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야, 그게 뭐가 신기하냐? 그게 신기하면 이 세상 연인들이 다 신기하게?"
나는 사실 모든 연인들이 진심으로 신기했다. 대학만 가면 바로 연애하겠다며 벼르고 있었는데 남들은 연애를 잘 하고 있는 반면 나한텐 그런 비슷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진심으로 쌍방이 좋아하는 게 신기한데 어떻게 그게 안 신기하지? 그는 누굴 좋아하기만 하면 상대가 무조건 자기를 좋아했었나 보다.
길을 걷고 있는 동안 그의 전화벨이 또 울렸다. 선배라고 했다.
"아우! 왜 자꾸 전화야?"
"전화 받아도 돼."
"아니야. 전화 받으면 뭐 시켜서."
그러더니 그는 핸드폰 배터리를 분리해 버렸다. (요즘 핸드폰은 배터리 일체형이지만 예전엔 배터리를 분리할 수 있었다.)
"배터리는 왜 빼?"
"전화기를 꺼버리면 전원이 꺼졌다고 메시지가 가잖아. 배터리를 빼면 전화 신호는 계속 가면서 자연스럽게 안 받는 것처럼 할 수 있지."
그는 좋은 방법이라는 듯이 말을 했다. 나는 선배든 뭐든 지금 바쁘다 말하면 되지,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해가 가진 않았다. 어쨌거나 지금 나랑 같이 있는 이 시간을 방해받기 싫다고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할 뿐이었다.
그 땐 알지 못 했다. 그렇게 나중에 내가 당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