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연애가 아니었어 (4)

by JOO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고 했던가.

내가 예뻐졌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 표정이 밝아졌단 것이었다.


나는 매사에 회의적이고 씨니컬한 편이었다. 나의 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불교 교리 "인생은 고통이다. (生卽苦)"가 절대 진리라고 믿으며 살았다.


그런데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미친 사람마냥 웃음이 자꾸 나왔다. '내 인생이 이렇게 행복할 리가 없는데 뭔가 잘못됐어.'


핸드폰이 보급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난 핸드폰이 없어 공중전화를 이용하던 고등학생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핸드폰을 샀지만 요금이 비싸서 웬만하면 짧게 통화했다. 그래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때 난 동전을 모아 공중전화로 걸곤 했다. 집엔 부모님이 계셔서 왠지 통화하기가 눈치 보였지만 공중전화 부스는 온전히 내 공간이었다. 그 작은 공간에서 수북이 모아뒀던 동전이 떨어질 때까지 그와 통화했다.


그는 내게 전화할 때 핸드폰으로 걸었다. 옆엔 기숙사 룸메이트들의 소리가 들렸다.

"오! 여자랑 통화하냐?"

"아 조용히 좀 해."

쟤는 왜 어디 구석진 델 찾아가지 않고 기숙사 방에서 통화를 하나 싶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또 재미있었다.


내가 연애라는 걸 시작한 것 같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했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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