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Joo절Joo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Apr 17. 2023

말만은 다정했다

금을 팔았다

남편이 금을 팔자고 했다.

아이들 돌 때 받은 반지인데 팔기 좀 그렇지 않냐는 나의 말에 남편은 말했다.

"애들 크면 돌반지 물려주려고? 나는 내 돌반지 본 적 없는데. 넌 본 적 있어?"

"그렇네! 내 돌 때 받은 금반지 나도 본 적이 없네. (ㅋㅋㅋㅋㅋ)"

교육비며 뭐며 아이들이 자라면서 들어갈 돈이 많으니, 금값이 오른 시기에 팔자는 남편 말에 설득되어 금을 팔기로 했다.


출처: 한국일보


남편은 금을 팔러 나가면서 말했다.

"금 팔아서 자기한테 다 보내줄게. 자기가 돈 쓸 일이 많으니까."

세상에, 다정하기도 하지. 남편이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내 남편은 황급하게 말을 바꿨다.

"아니다. 내 통장에 조금 입금하고 나머지 보낼게."

  

남편이 집을 나서고 혹시나 금을 잃어버리지는 않을지, 금거래소에 금만 맡기고 돈 떼이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걱정이 들었다. 이토록 남편의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적이 있던가! 금을 잘 팔았고 돈도 통장에 잘 입금되었다는 남편의 메시지에 안도했다.


하지만 금을 판 당일에도, 다음날에도, 다다음날에도 남편은 금 판 돈을 보내주지 않았다.

금 판 돈을 내게 다 보낸다던 '멋진 남편'은 어디 갔는가!


결국 한 3일이 지나고 남편한테 금 판 돈은 언제 보낼 거냐고 물었다.

남편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응? 내가 안 보냈던가?"라고 말하더니 돈을 송금해줬다.

그리고는 다음 말을 덧붙였다.

"돈 보냈어. 좋냐?"

으... 킹 받는다! (이럴 때 '킹 받는다'는 말을 쓰는 거구나!)


내가 꽃이고 선물이고 명품이고 원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물욕 없는 사람이지만 돈은 포기 못해!

남편은 말만 다정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기억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