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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07. 2023

나는 기억한다

10분 프리 라이팅

나는 기억한다, 5살에 처음 간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반으로 나누어 그리던 친구를. 축구하는 장면을 반으로 나눠서 윗부분은 사람을 죄다 거꾸로 그려놓은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억한다, 6살 유치원 때 친구가 라면 끓이다 화상 입었다고 했던 것을. 라면을 끓이는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나는 기억한다, 7살 초등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궁서체 글씨를. 교과서에서나 보던 글씨를 칠판에 쓰시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의 글씨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기억한다, 초등 2학년 때 모자원에 살던 친구를. 모자원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모자원이 뭐야? 물었지만 설명을 듣고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기억한다, 등굣길 운동장에서 내 앞에 굴러오던 공을. 남자애들은 매일 아침 공을 차고 있었는데 나는 그 모습이 싫었다. 땀을 뻘뻘 흘리는 남자애들 모습도, 공이 내게 날아올까 봐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도. 무엇보다 내 앞으로 공이 굴러오는 상황이 가장 싫었다. “공 좀 차줘!”라는 말을 못 들은 척하고 나는 그냥 걸어갔다.


나는 기억한다, 가게에서 막 사갖고 나온 과자를 인근 고아원에 사는 언니가 훔쳐갔던 것을. 나도 용돈 모으고 엄마 눈치 보며 큰맘 먹고 샀던 과자였건만. 엄마한테 말했더니 그 언니가 얼마나 먹고 싶어 그랬겠냐고, 다음에 사준다고 했지만 사주지 않았다.


나는 기억한다, 처음 파마했던 때를. 누가 내 머리를 만져주면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파마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뽀글거리는 머리를 보고 울고 싶었지만 내가 파마하겠다고 한 말 때문에 참았다.


나는 기억한다, 시험 끝나고 먹었던 동키호테 치킨을. 엄마는 닭다리+날개 세트를 내 시험날에만 사줘서 동생도 내 시험을 기다렸다.


나는 기억한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할머니가 오셨던 것을. 서울 사는 할머니가 왜 굳이 지방까지 내려와서 내 졸업식에 오신 걸까 의아했었다.   





처음 '나는 기억한다' 글쓰기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브런치 이웃 [좋으니 작가님 글]에서였는데요. 

최근에 고수리 작가님의 <마음 쓰는 밤>을 읽고 나도 해봐야겠다, 결심했지요.


글쓰기 수업 첫 시간. 각자에게 익숙한 필기도구를 앞에 두고 10분, 혹은 더 짧게 5분의 시간만 준다. 타이머를 맞춰두고 ‘나는 기억한다’ 프리라이팅을 진행한다.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 나의 기억을 마구 쓰기. (중략) 우리에겐 살아온 수많은 기억이 있기에 쓸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새로운 기억들이 쏟아져 나온다. 단 10분의 프리라이팅으로도 손 글씨론 A4 용지 한 페이지, 타이핑으론 2,000자 가까운 문장들을 쓸 수 있다. 

- 고수리, <마음 쓰는 밤>, p. 189


10분 타이머를 맞추고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억이 초등학교까지밖에 못 갔네요. 분량도 반 페이지 정도였고요. 이후의 기억은 다음번에 시도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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