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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r 30. 2023

3월 근황

매화와 벚꽃, 참관수업과 학부모총회, 새순과 모과

[3월 초]


"와! 이렇게 추운데 벚꽃이 벌써 폈네?"

나의 말에 큰아이가 반박한다.

"엄마, 이건 벚꽃이 아니라 매화라고요."

"그래? 벚꽃이랑 매화랑 진짜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을 못하겠다."

숲체험 수업을 3년 가까이 한 (실제는 2년이나 코로나로 미뤄진 기간 포함하면 3년) 큰아이의 지적에 3월 내내 나는 '저건 매화, 벚꽃 같아 보여도 매화'를 되뇌었다.


그런데 3월 중순에 '진짜 벚꽃'이 피면서 혼돈에 빠졌다. 저건 매화인가, 벚꽃인가? 흰색이면 매화, 연분홍이면 벚꽃. 4월에 피어야 하는 벚꽃이 왜 이리 빨리 피었나?


   

[3월 중순]


참관수업과 학부모 총회에 입고 갈 옷이 신경 쓰인다. 나는 평소에 안 입는 옷으로 꾸미기도 뭣하여 (마침 학부모총회에 샤넬백이 어쩌고 하는 기사를 보고 반발심이 들어 더욱 꾸미고 싶지 않았음) 평소 입던 니트와 청바지에, 정장스러우면서 캐주얼 느낌도 나는 재킷을 걸치기로 했다.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찰나에 아이 친구 엄마의 '구두 신고 가야 하지 않냐'는 말에 부랴부랴 신발장을 연다. 몇 년째 구두를 신지 않아 온전한 구두가 있을 리 만무한데, 신발장에 다행히 말짱한 구두가 있다! 올레! 친정엄마한테 얻어와서 한 번도 안 신은 구두인데, 이게 날 살렸네.  

총회 의상을 공개(?)합니다


참관수업의 동선을 짜기 위해 두 아이의 담임 선생님들에게 연락했다. 수업 시간에 발표가 있는지, 언제쯤 할지 여쭤보았더니 선생님들로부터 친절한 답변이 왔다. 큰아이 선생님은 수업 시간 전체에 발표가 있지만 전반부에 발표가 더 많을 것 같다고 하셨고, 작은아이 선생님은 후반부에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참관수업 당일, 쉬는 시간에 미리 가서 작은아이에게 인사를 한 후 큰아이 반으로 향했다. 3년 만에 이루어진 참관수업이어서 수업을 보러 온 학부모들이 아주 많았다. 아이들 학교가 과밀학급이다 보니 (한 반에 약 35명 x 9반 또는 10반) 혼잡함을 줄이고자 한 학생당 학부모 한 명만 참석하도록 제한했다. 그럼에도 뒷면 벽과 옆면 벽이 엄마 혹은 아빠들로 꽉 찼다.


큰아이네 수업 주제는 '감정'이었는데 조별로 상황극을 하였다. 상황극을 앞에서 하면 아이들이 어떤 감정인지 맞히는 것이었다. 큰아이네 조가 8조 중 4조래서 금방 하겠거니 했으나 랜덤으로 발표 순서를 뽑았다. 빨리 보고 작은아이네 반으로 가야 하는데, 4조가 안 나와서 기다리는 동안 조마조마했다. 다섯 번째로 아이 조의 차례가 되어 웃기는 상황극을 보고 나서 아이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교실을 나왔다. 두 계단을 내려가 작은아이의 반으로 갔더니 아직 학습지에 뭔가를 쓰고 있다. 작은아이네 수업 주제는 '재능'이었다. 곧 발표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의 마이크에 대고 '나의 재능'에 대해 발표하였다.

"저의 재능은 귀여움입니다."라고 씩씩하게 발표하는 저 아이가 우리 아이다.

그래, 귀여움도 강점이 될 수 있지.


수업이 끝나고 아이를 안아주고, 미리 써 간 편지를 건네주었다. 아이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 바로 읽어봐야지, 라며 편지 봉투를 열었다.


교실을 나오며 나는 같은 반 엄마를 사귈 수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렸지만, 코로나 이후에 그런 적극적인 분위기는 사라졌는지 모두가 말없이 교문으로 향했다. 나는 집에 가는 길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 둘과 커피를 마셨다. 마침 더워진 날씨에 교실 두 개를 왔다 갔다 하느라 아이스커피가 시급했다. 한 시간 커피 타임을 가진 후 집에 가서 급히 점심을 해결하고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갔다.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학원을 보낸 후 다시 학부모총회로 향했다.


큰아이(5학년) 반에 갔더니 예닐곱 명의 학부모가 앉아 계셨다. 담임선생님께 인사하고 작은아이 반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학교 설명회 방송이 나오고 있어 선생님께 인사드리기가 애매했다. 나는 미리 써 간 편지를 큰아이 책상에 붙이고서 슬쩍 나왔다. 작은아이(2학년) 반에는 한 열댓 명 정도의 학부모가 앉아 계셨다. 학교 관련 전반적인 내용을 TV로 보고 나서 담임 선생님의 소개와 학급 운영 방침 등을 들었다. 반 대표는 뽑지 않았고 (아이들 학교는 몇 년 전부터 반 대표를 뽑지 않는다), 도서관 봉사와 급식 식자재 검수 봉사는 미리 신청자를 받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었다.


3월의 큰 행사인 참관 수업과 학부모총회가 끝나니 기진맥진했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몸과 마음이 긴장했달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남에 감사한 하루였다.



[3월 말]


"우와! 저기 연두색 새순 좀 봐. 너무 예뻐! 엄마, 잘 보면 먼저 난 진한 초록색 잎이 있고 새로 나는 연두색 잎이 있다?"

작은아이가 감탄한다. 봄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어린이다. 나도 새순과 봄꽃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있던 참이었는데, 아이의 말 덕분에 봄기운이 한층 더 풍성해진 기분이다.


길을 걷다가 아이가 크게 외쳤다.

"와! 엄마! 저 모과가 아직도 있어! 대박! 어떻게 이럴 수가!"

작년 가을에 나무 밑에 떨어진 노란 모과를 아이는 애지중지 낙엽 밑에 숨겨두었다.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하게 떨어진 모과였다. 인적이 드문 화단에 모과를 두고 누가 가져갈 새라 낙엽을 두텁게 덮었다. 매일 학교 끝나고 오는 길에 모과가 잘 있나 확인하였다. 나는 모과가 온전치 못한 모습을 보면 아이가 속상할까 봐 모과가 썩거나 새가 파먹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는데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겨울이 찾아오고 모과에 대해 잊고 있었는데, 3월 말 하굣길에 아이가 모과를 발견한 것이다. 모과를 발견하고 아이는 신이 났다.

"모과, 모과, 귀여운 모과!"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같이 즐거워졌다.



미세먼지와 황사, 심한 일교차로 인한 아이들의 감기로 고생도 했지만, 그래도 밝고 활기찬 3월이다.

목련도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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