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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y 03. 2023

2023년 4월 독서 결산

브런치에서 글 좀 쓰라는 독촉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2021년 10월 브런치 입성 후 처음으로 받아본 메시지입니다.

나를 기억해주어 고마워, 브런치(스토리)!

이웃 작가 페르세우스 님을 따라 독서 결산을 해봅니다.




말레이시아에 가 있었던 2023년 1월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네요.

정확히 말하면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다가 중단했습니다.

읽으려고 노력했으나 끝까지 읽을 수 없는 책이었...


각 책에 대한 소감을 짧게라도 남기고 싶지만 그럼 또 심적 압박이 있으므로 남기고 싶은 책에 대해서만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지맘대로...)


1.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2월)

1월에 말레이시아에 가서 읽으려고 12월 말에 샀으나, 1월에 해외에서 노는 재미에 빠져 독서를 중단하는 바람에 2월에 한국에 와서 읽었다. 어린이책 편집자 이력이 있고 현재는 독서 교실 교사인 저자는 어린이를 가르침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인간으로 본다. 어린이를 통해 배움과 감동을 얻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가슴 뭉클함과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2.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3월)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결국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자는 내용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3. 천명관, 고령화가족 (3월)

내용이 어두컴컴할까 봐 안 읽고 있다가 이제야 읽었다. 내용이 생각보다 안 어두컴컴하다. 노모, 형, 누나, 주인공 나, 조카까지 하면 평균 나이 50세였나? 아주 갑갑한 집구석이지만 읽다 보면 정이 가고 매력 있는 가족이다. 영화 포스터를 봤는데 배우들이 소설 속 인물에 비해 너무 말짱하여 좀 실망했다. 나이도 소설 속 인물보다 젊게 설정한 듯.  


4. 법륜 스님, 행복 (3월)

소설만 편독하던 내가 다양하게 읽으려는 시도 아주 칭찬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 법륜 스님 얘기가 나와서 빌려본 책.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도 있지만, 반발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저는 속세의 사람인 걸요!


5. 소설가 9인(장강명, 김아정, 우다영, 임태윤, 이서영, 정세랑, 전혜진, 김보영, 김상헌), 다행히 졸업 (3월)

중고등학생 시절을 작가별, 시대별로 그려낸 소설 모음집이다. 나에게 학창 시절은 길고 어두운 터널과도 같아서 그 터널을 다 지나고는 애써 돌아보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뒤를 돌아본 느낌이다. 쓰고 싶어졌다, 나의 학창 시절 얘기가. 중학교 때 야간자율학습,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진학과 평준화 지역 고등학교로의 전학 얘기 등. (쓰고 싶으나 쓰지 않음)

하여간 이 책은 강력 추천!


6. 김홍석, 우리말백서 (4월)

이 책은 비추! 비추천 이유는 내 맘속에 저장~


7. 고수리, 마음 쓰는 밤 (4월)

브런치 이웃 좋으니 작가님의 추천작. 섬세하고 서정적인 어투로 쓰인 책이라, 읽으면서 책이 깨질까 봐 조심조심 읽었다. (처음에는 내 정서와 결이 좀 다르다고 느꼈음)

그러나 아이를 키우면서 시간을 쪼개 글을 쓰는 엄마 작가로서의 목소리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진짜 작가는 그저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라지만,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간절함을 동력으로 이어가는 글쓰기는 몹시 괴롭다. 안락한 조건을 가진 타인들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면 끝도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물든다. 하지만 나는 엄마들의 글쓰기가 희생, 감당, 분노, 포기와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로 치환되지 않기를 바란다. 엄마들의 글쓰기는 도전, 포용, 기쁨, 성취와 같은 반짝이는 말들로 정의되었으면. 자부심과 성취를 주먹밥처럼 꾹꾹 뭉쳐 다진 기쁨을, 조금씩 꼭꼭 씹어 음미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오래 쓰는 에너지는 소진되는 게 아니라 충전되어야 하니까.


8. 김종원, 부모의 말 (4월)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교육 채널이 있다. 조작가의 스몰빅클래스, 이윤경의 슬기로운초등생활, 교육대기자TV, 최민준의 아들TV 등이다. 이 채널 중 김종원 작가가 나와서 인터뷰한 영상을 보고 사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전반적인 부모의 언어 철학부터 실제 사례 및 실전 대화를 통해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떤 말을 하면 좋고 어떤 말은 피하는 게 좋은지 기술하였다. (정서와 인지 발달을 돕는 대화, 탄탄한 내면을 구축하는 대화, 자기주도성을 높이는 대화 등)

내가 부족한 부분도 물론 있지만, 잘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9.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4월)

참신하고 흥미롭다. 미술가이자 작가며 한 시대의 본보기 어른이자, 말도 탈도 많았던 페미니스트 심시선 여사의 10주기에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며 그녀를 기억하는 자손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심시선 여사는 나혜석을 어느 정도 모델로 삼은 듯하다.)

등장인물이 많아서 굉장히 헷갈리는데 책 맨 앞에 있는 '심시선 가계도'를 보면서 읽으면 읽을 만하다.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성격이 다양해서 재미있고(복원화가, 고고학자, 광고 회사 대표, 괴물 콘셉트 아티스트, DJ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회 문제(무차별 학살 및 유해 매장, 환경오염, 여성 염산 테러 등)를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여내어 생각할 거리가 많다.

집안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던 큰사위가 '내가 그래도 이 집에서 제일 어른 아니냐'는 말에 큰딸이 "당신이 왜 제일 어른이야? 우리 집은 모계 사회니까 내가 제일 큰 어른이지!"라고 해서 빵 터졌다. 한국에는 실제로 절대 없을 집안이다. 하와이에서 하는 상상초월 특별한 제사도 흥미진진했다.  

지금까지 읽은 정세랑 작가 소설은 다 재밌었는데 (보건교사 안은영, 지구에서 한아뿐, 육교 위의 하트)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제일 좋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꼭 책으로 읽을 것. 드라마는 비추다.)


10. 라라 E. 필딩, 홀로서기 심리학 (4월)

브런치 이웃 정제인 작가님의 추천으로 읽게 됐다. 나는 충분히 독립적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이미 홀로서기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했으나, 읽어보니 아니었다.

감정은 흘러갈 것임을 염두에 두고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세상과 타인이 내 뜻대로 될 리 만무하니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여 통제 가능한 내 마음만 다스리고 통제 불가능한 것은 let it go~ 해야 한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금세 변화가 있진 않겠지만.


11. 최재붕, 포노사피엔스 (4월)

4월에 지역구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는 교양 강의를 신청하였는데, 첫 시간이 최재붕 교수의 'ChatGPT가 바꾸는 디지털 문명시대 생존 전략'이었다. 강의를 듣고 좀 더 알고 싶어서 책을 대출했다. 디지털로의 전환은 생존을 위한 인류의 자발적 선택이므로 거부하기보다 잘 공부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아날로그에 보수적인 인간이지만 열린 자세로 디지털 문명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아직 챗지피티 사용 안 해본 1인. 쳇...)  


12. 최재천, 과학자의 서재 (4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자서전 겸 인생에서 중대한 영향을 끼쳤던 책 이야기인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서 술술 읽힌다.

무의미한 방황은 없다. 다양한 관심사와 그에 대한 탐색은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읽고 나니 다시금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한숨짓게 된다.




어랏, 어쩌다 보니 소감을 다 써버렸네요.

저는 예전에는 한 권을 진득하게 다 읽은 다음에 다음 책을 시작했는데, 안 읽히는 책을 읽을 때는 독서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두세 권을 동시에 읽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건 장점이고, 찔끔찔끔 읽느라 끝까지 다 못 읽는 건 단점입니다. 4월에 다섯 권을 동시에 읽었더니 그런 사태가 벌어지더라고요.

 

아이의 기침 소리 때문에 급히 마무리합니다.  

아이는 3주째 감기로 골골거리고 있습니다.

병원마다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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